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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서홍동 마을 둘레길~

by 고니62 2022. 12. 16.

서홍동 마을 둘레길~(2022.12.14. 수)

 

양볼을 얼얼하게 만드는 차가운 새벽 공기 

전국 곳곳에 비나 눈이 내리고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는 일기예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섰지만 

역시나...

따뜻한 서귀포에도 눈발과 강풍으로 자연스레 움츠려 드는 날 

오래전 걸었던 흙담 소나무길, 다시 그 길에 서 있다.

 

서홍동은 서귀포시의 행정동, 법정동으로 

서귀포시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인 '홍로'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마을 모양이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어 지형이 화로 모양 같다고 하여 

'홍로(烘爐)' 또는 '홍리'라고 불렀다.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는 일찍부터 감귤재배를 해왔는데 

재일동포들에 의해 일본에서 묘목이 반입되면서 소득이 가장 높은 작물로 

한때 '대학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흙담 소나무길]

서귀포시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는 

2013년 서홍동의 자연 명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홍 8경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인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추억의 장소로 '추억의 숲길'이 만들어졌다.

하논 분화구, 도심 속의 솜반천, 흙담 소나무, 온주밀감 시원지, 성당 녹나무 풍치목, 

지장샘 설화, 마을 보호수 앞내 먼나무, 멋들어진 들렁모루까지 

흙담 소나무를 시작으로 서홍 8경(총 6.4km)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하논 분화구, 솜반천, 들렁모루는 지난 자료를 사용했다.)

 

[제3경: 흙담 소나무]

흙담 소나무길은 서홍동 308-1번지 일대에

소나무 96그루가 심어져 운치 있고 온후한 기품을 풍기는 곳으로 마을 수호목이다.

1910년경 고경천 진사의 착상에 의해 심어진 소나무로

'마을 앞이 허하다'하여 흙으로 토성을 쌓은 위에 심은 소나무가 

지금은 서귀포의 명물로 꼽히고 있다.

1990년에는 지역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고 

2002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워싱턴야자와 소철]

어두운 잿빛 하늘, 

겨울 추위는 자연스러운 기상 현상이지만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는 걸 보니 겨울인걸 실감한다.

인적이 드문 거리는 스산하지만

시원스럽게 하늘로 솟아오른 워싱턴야자, 우아하고 멋스러운 카나리아야자, 

당종려, 소철 등이 어우러진 모습은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며 

제주 속의 또 다른 제주를 느끼게 한다.

 

[감귤밭 울타리가 된 동백나무]
[면형의 집]

면형의 집은 홍로 본당이 있던 곳으로 

100년 수령의 온주감귤나무(고사)와 녹나무 거목이 심어져 있다.

절정으로 가는 노란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제4경: 온주감귤 시원지(기념비)]
[성당 현관에 보존된 감귤나무 '고사목']

제주 온주감귤 재배의 시초 

타케 신부는 1911년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일본에 보내준 답례로 

미장 온주 14그루를 받았다.

이것이 제주에 들어온 최초의 감귤나무(미장 온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수령이 108년 된 마지막 1그루는 2019년 4월에 아쉽게 고사하였고 

고사목은 성당 현관에 보존되어 있다.

 

[제5경: 성당 녹나무]

면형의 집 앞마당에 

수령 150년이 훨씬 넘은 기품 있게 서 있는 제주의 상징 '녹나무' 

1994년부터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녹나무를 기념식수로 식재했는데 

척박한 땅이나 바위틈에서 악조건을 극복하고 잘 자라는 강인하고 

도민의 기질과 신앙을 상징하는 녹나무는 늘 푸른 나무로 도의 상징 나무이기도 하다.

 

[은행나무]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란 '은행나무' 

아름드리 멋들어진 우람한 녹나무 전체를 덮어버린 '석위'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여름의 흔적을 남긴 '백량금' 

꽃 모양이 옥 받침 위에 올려놓은 금잔과 같다는 '금잔옥대' 

작은 꽃들이 모여 공 모양의 꽃방망이를 만들며 곱게 물들이는 '메밀여뀌' 

늘 이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들꽃들이 참 예쁘다.

 

[석위]
[백량금]
[금잔옥대]
[메밀여뀌]
[면형의 집(십자가의 길)]
[유리호프스]

담벼락 밖으로 얼굴을 내민 개나리색을 닮은 '유리호프스' 

계절을 잊은 채 사계절 노란 꽃을 피우며 겨울나기를 한다.

 

[제6경: 지장샘]

천년 동안 마른 적이 없는 '지장샘' 

송나라의 호종단이 탐라의 맥을 끊기 위해 

이곳의 물혈을 끊으려다가 노인의 재치로 실패하고 돌아간 후 

그 자리에 물이 솟아났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지장샘은 서홍동의 중요한 식수원으로 

아무리 가뭄이 들거나 큰 비가 내려도 그 양이 항상 유지된다.

 

[돌담길]

곰내교로 가는 바람 쌩쌩 부는 구불구불 골목길~

걷는 길마다 돌담 안으로 노랗게 익은 하귤 

계절을 잊은 채 시간을 거꾸로 가는 길 위 아름다운 소리 

리듬이 있는 겨울 풍경은 시간 여행길처럼 잔잔한 재미가 느껴진다.

 

[장딸기]
[피마자]
[새삼]
[개나리]
[서홍 8경 벽화]
[곰내교]
[제7경 : 앞내 먼나무]

마을 보호수로 지정된 먼나무(풍치목) 

하천가에 자생하는 먼나무는 수령이 200년 가까이 되고 있는 

도내 자생하는 먼나무 중에서 수령이 가장 오래된 나무로 

서홍동을 지키는 영험 있는 신목으로 국내 제일의 먼나무 노거수이다.

 

[먼나무]

겨울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새들의 늦은 도시락 

영원히 이름을 모르는 나무 '먼나무' 

먼나무는 감탕나무과의 늘 푸른 나무로 

반질반질한 두꺼운 잎과 여름의 꽃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잎사귀 사이사이로 보이는 

빨간 열매가 매력적인 암수딴그루(자웅 이체)이다.

 

[변시지 그림정원]

마을을 지키는 노거수 먼나무와 이웃해 있는 '변시지 그림정원' 

변시지 화백은 1926년 서홍동에서 태어나 2013년 타계할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의 그림에는 제주의 거센 바람이 들어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바람과 함께 사는 제주의 사람, 

제주의 자연 등을 화폭에 담았고,

휘몰아치는 폭풍을 담은 대작들을 많이 남기면서 

'폭풍의 화가'라 불리고 있다.

 

[참나무겨우살이 꽃: 10월 촬영]
[참나무겨우살이]

치열한 꿈을 안고 사는 기생식물 '참나무겨우살이' 

윤기 나는 초록 잎 사이로 서로 포개져 반쯤 벌어진 단아한 모습의 '동백꽃' 

거센 바람과 세찬 비를 맞으며 

어느 정도 추위를 겪어야 꽃도 아름답게 피어난다.

 

[동백나무]
[겹동백나무]
[애기동백나무]
[가을색 입은 가로수 '은행나무']
[연외천]
[서홍 제4교]

하천 주변으로 봄과 여름의 흔적들은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길동무가 되어준다.

 

[천선과나무]
[흙담 소나무길]
[서귀북초등학교]

꼬닥꼬닥 걷다 보니 어느새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제1경: 하논 분화구, 9월 촬영]

하논분화구는 

용암 분출로 생성된 일반적인 화산 분화구와는 다르게 

마르(maar) 형 분화구로 화산활동 초기 단시간의 폭발적 분출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작은 언덕이 화구를 둘러싼 화산을 말한다.

지표면보다 낮게 형성된 화산체로 산체의 크기에 비해 큰 화구가 특징이다.

동서 1.8km, 남북 1.3km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로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이다.

수만 년 동안의 생물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생태 박물관으로 

분화구에서 용천수가 솟아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를 짓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논이 많다'는 제주어로 '큰 논'이라는 뜻의 '한논'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2경: 솜반천]

솜반천은 천지연 폭포의 원류로 

상류에서 용천수가 나오면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른다.

2003년 공원화 사업과 연계하여 자연 생태하천으로 조성한 결과 

수중생물들이 서식하고 백로, 원앙 등 조류가 찾아오는 생태학습장으로 변모되었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비고 다양한 식생을 보유하고 있어 그 가치도 높다.

 

[제8경: 들렁모루]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한 고인돌 형상의 돌음돌 '들렁모루'는 

(서홍동 2450번지 일대 중산간 목장 가는 길 산마루) 

경관이 빼어난 언덕배기 꼭대기에 

큰 돌이 얹혀 있는 모습이 특이하고 돌음돌같이 괴인 왕돌로 

고인돌의 형상을 한 돌이 얹혀 있어 그렇게 부른다.

'들렁'은 속이 비어 있는 바위를 의미하고, '모루'는 동산을 뜻하는 제주어로 

즉, '속이 비어 있는 바위가 있는 동산'이다.

이곳에 올라서 보면 탁 트인 주변 경관이 장관이다.

 

찬바람이 불고 공기가 차가워지는 12월 

걷는 길마다 돌담 안으로 노랗게 익은 감귤이 눈에 들어오고 

아기자기한 보물이 꽁꽁 숨겨져 있는 서귀포시 서홍동 마을 둘레길 

길 위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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