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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저지곶자왈 '제주백서향'

by 고니62 2023. 3. 3.

저지곶자왈 '제주백서향'(2023.2.28. 화)

 

한경면 저지리는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로 

한경면에 있는 마을 중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한라산에 제일 가까운 곳이다.

황무지를 개척해 지리적 악조건 속에서도 농경문화가 발달했고 

한경면에서 유서 깊은 마을 중 하나이다.

윗쪽 들녘이라는 뜻의 제주방언 '웃뜨르'는 중산간마을로 

제주의 오지이며 척박한 땅 청수, 낙천, 산양, 저지 4개의 마을을 일컫는다.

오름과 숲, 그리고 마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저지마을 

마을 한복판에 수호신처럼 자리한 저지오름 주위로 작은 마을들이 모여 있다.

옛날 생활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숲의 주는 초록의 생명력 

한경면을 대표하는 색깔을 입힌 저지곶자왈이 있다.

 

[곶자왈 빌레]

제주의 천연원시림으로 용암이 남긴 신비스러운 지형 '곶자왈' 

곶자왈은 보온 보습 효과가 있어 

북쪽 한계 지점에 자라는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쪽 한계 지점에 자라는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한 겨울에도 푸른 숲인 곶자왈은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한다.

겨울 푸르고 봄에 낙엽이 떨어지는 신비한 숲 '곶자왈' 

용암 위에 형성된 숲으로 숨골에서 나오는 공기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하다.

2~3월까지 봄눈처럼 피어나는 곶자왈의 '제주백서향'은 

길 위 여행자들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올레 14-1코스의 종점]

탁 트인 늘 푸른 녹차밭 

비밀을 간직한 숲의 경계에는 올레 리본이 역 올레로 안내한다.

 

[가는쇠고사리]
[왕도깨비가지]

곶자왈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노란 열매 

마소들도 뒷걸음치게 하는 잎에 돋아있는 무시무시한 가시와 

왕성한 번식력의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 '왕도깨비가지' 

곶자왈 깊숙한 곳까지 자람 터를 넓혀간다.

 

[제주백서향]

몇 발짝 걸었을 뿐인데 

곶자왈의 봄을 향기로 알려주는 '제주백서향' 

빌레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신부의 부케를 닮은 순백의 사각 별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 때마다 눈부신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는쇠고사리]

완만한 용암대지 곳곳에는 

마치 협곡처럼 아래로 오목하게 꺼져있는 지형들이 나타난다.

 

[볏바른궤]

이곳은 제주 도민들이 오래전에 이용했던 주거용 동굴유적이다.

궤는 작은 규모의 바위굴을 뜻하는 제주어로 곶자왈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곶자왈은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제주 4·3과 같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중요성을 갖는다.

 

[맹아지(베어진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새로운 가지가 돋아남)]

저지곶자왈은 식생 상태가 양호한 지역으로 

녹나무, 생달나무, 센달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새덕이 등 

녹나무과의 상록 활엽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과거에 벌채가 이루어져 맹아림이 많은 2 차림 특성을 보인다.

녹나무과의 상록수들은 반 음수의 특성을 보여 햇빛이 어느 정도 잘 드는 곳에서 자라며 

벌채된 뒤에도 맹아가 자라기 때문에 곶자왈 식생을 대표하는 식물들이다.

녹나무과 식물은 나무가 곧게 자라고 대부분 향기가 있어 활용가치가 높은 편이다.

 

[녹나무]
[감태나무]
[새덕이 '수꽃']
[새덕이 '암꽃']
[까마귀밥여름나무]
[밤나무산누에나방 고치]
[제주백서향]

오랜 세월 쓸모없는 땅이었던 곶자왈은 

자연스럽게 완벽한 숲을 만들며 

미기후 형성으로 공중 습도가 잘 보존된 탓에 

활엽수림 아래에는 가는쇠고사리와 더부살이고사리가 바닥을 수놓은 듯 깔려있고 

큰개관중, 곰바늘고사리, 우단일엽, 봉의꼬리, 밤일엽, 석위, 

콩짜개덩굴 등 양치류 분포가 다양하다.

 

[더부살이고사리]
[밤일엽]
[석위]
[제주백서향과 콩짜개덩굴]
[콩짜개덩굴]

바람을 막아주고 그늘이 되어주는 늘 푸른 숲 

빌레와 돌이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있지만 촉촉한 땅의 기운, 

돌 틈과 나무 둥지를 따라 곱게 덮인 이끼, 

용암에 뿌리를 내려 돌과 함께 뒤엉켜 자라난 생명력, 

숲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르며 

다툼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열려있는 곶자왈의 뷰를 만들어냈다.

 

[길마가지나무]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파란 하늘이 보이는 산책로 가장자리에는 

나뭇잎을 만들기 전에 봄바람 타고 가버리는 작아도 너무 작은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작은 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 

곶자왈의 발레리나 '길마가지나무'가 길을 가로막는다.

 

용암이 흐르면서 빚어낸 예술작품 곶자왈 

나무와 고사리들이 엉키고 설킨 독특한 형태의 원시림 일부분에 서 있는 듯 

숲이 주는 신비로움에 자연스레 인사를 건넨다.

 

[제주백서향]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바람 타고 스며드는 은은하고 향긋한 꽃향기의 주인공 

향이 천리를 간다는 제주백서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윤기 나는 초록잎 사이로 수수한 십자 모양의 사각 별

작고 예쁜 꽃들이 동그랗게 모여 핀 모습이 신부가 든 부케를 닮았다.

 

[제주백서향]

제주백서향은 팥꽃나무과 상록활엽관목(1m 이하의 작은 키 나무)으로 

제주도 용암지대 빌레 곶자왈에 자생한다.

꽃받침 통에 잔털이 없고 타원형 잎이 백서향과 달라 

'제주백서향(Daphne jejudoensis M.Kim)'이라 따로 구분하고 있다.

 

[제주백서향]

윤기 나는 초록색의 어긋난 잎은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자루는 짧고 털은 보이지 않는다.

꽃은 이른 봄인 2~3월 가지 끝에 흰색으로 피는데 십자모양의 자잘한 꽃들이 뭉쳐서 달린다.

순백의 꽃은 둥그렇게 모여 피고 진한 향기가 특징이고 

꽃말은 꿈속의 사랑이다.

 

[제주백서향 열매(6월)]

꽃은 암수딴그루인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것은 대부분 수꽃이어서 열매를 맺는 것이 드물다.

제주백서향이 자생하는 곳은 울창한 상록활엽수림 지대보다는

숲 가장자리나 겨울 햇빛을 볼 수 있는 낙엽활엽 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반음지와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제주백서향이지만 더위를 싫어하고, 

일 년 중 일정 기간 충분한 햇빛과 자랄 수 있는 조건은 

곶자왈에 뿌리를 내려 자생하는 이유이다.

 

[제주백서향]

향이 나는 여러 가지 식물 중에 백리를 간다는 백리향, 

그 보다 향이 더 진해 천리를 간다는 백서향~

이름을 불러주면 진한 향기로 다가와 주는 '제주백서향' 

곶자왈 깊숙한 곳에도 봄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

 

[이나무]
[진박물관]

거북선과 테우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배들이 전시되어 있다.

 

[올레 14-1코스]
[제주백서향]

바람이 머무는 숲길...

제주의 중산간 곶자왈에 자생하는 빌레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2월 신부의 부케를 닮은 순백의 사각별 '제주백서향'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 때마다 스며드는 은은한 꿀내음 

때 묻지 않은 향기로 오래도록 코 끝에 머문다.

곶자왈의 전설을 만들어가는 순백의 제주백서향이 솜사탕처럼 살포시 내려앉았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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