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열쇠 '설앵초'
행운의 열쇠 ‘설앵초(雪櫻草)’
들꽃이야기26
◆ 앵초과 / 여러해살이풀
◆ 학명 : Primula modesta var. fauriae
◆ 꽃말 : 행운의 열쇠
오르고 또 오르고~
잠시 땀도 식힐 겸 자리한 곳엔 돌 틈 사이로 어여쁘게 피어나 부끄러운 듯 발그레한 모습으로 내게 눈 맞추는 아이가
“안녕, 안녕~"
자기를 봐달라며 조르는 모습이 지친 나에게 웃음보따리를 안겨줍니다.
설앵초는 고산지대의 바위 곁이나 돌 틈에 붙어서 자라는데 한라산 등반로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아이입니다.
세계적으로 550종이 분포하며, 한국에는 십 수종이 자생한다고 합니다.
4월의 한라산은 아직 봄꽃들이 피지 않아 꽃봉오리만이 올라와 아쉬움을 달래며 내려온 적이 있지만 한라산의 5월은 말 그대로 산상의 꽃밭이다.
땅을 내려다 보아도도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온통 밝은 빛으로 수놓고 있을 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잠시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한라산의 매력에 푹 빠져봅니다.
긴 꽃대에서 둥글게 하트 모양으로 피어난 다섯 개의 꽃잎이 꼭 풍차 모양 같다하여 “풍륜초”라 부르기도 합니다.
꽃 모양이 작은 열쇠를 닮기도 한 이 아이는 해발 1,000m이상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귀한 아이랍니다.
습한 곳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는 이 아이는 추운 곳에서 잘 견뎌 잎 표면에는 잔털이 많고 주름져있네요.
잎 뒷면은 은색 가루를 뿌려 놓은 듯 뽀얗게 분칠한 모습입니다.
연녹색 잎 사이로 곧게 선 가느다란 줄기에는 바람에 날아갈 듯 작지만 당당하게 앙증맞게 달려있는 연분홍, 진분홍 꽃잎이 화사한 5월을 더욱 화사하게 만듭니다.
바위 아래에 조그맣게 피어있는 설앵초~
꽃이 크기가 작아 우리 자신을 낮추어야만 눈 마주칠 수 있기에 5월의 한라산은 이 아이가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다섯 갈래의 꽃잎에 원을 이루며 무리지어 있는 노란 암술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이 아이들도 날아다니던 벌과 나비를 끌어당겨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집니다.
꽃잎의 색깔은 한줄기에서 여러 색깔을 띠고 있습니다.
수수한 순백의 꽃, 설익은 듯한 연분홍꽃, 곱게 화장을 한 진분홍꽃~
나름대로 아름다운 자태를 수줍은 듯 뽐내고 있습니다.
조릿대 사이로 삐죽 내민 얼굴도, 돌 틈 사이로 상냥하게 눈웃음 짓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 이 아이의 고운 매력에 빠져버립니다.
수줍고 단아한 새색시 설앵초~
오월의 한라산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한라산은 내가 원한 만큼 언제든지 감춰두었던 보물들을 하나 둘 보여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