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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큰넓궤 가는 길~

by 고니62 2022. 4. 3.

큰넓궤 가는 길~(2022.3.6. 일)

 

울퉁불퉁 농로길 따라 한참을 걷다 

드디어 만나게 된 제주 안덕 동광마을 4·3길 

 

[제주 안덕 동광마을 4.3길]

농로길에는 정오의 햇살을 받아

노랗게 익은 '왕도깨비가지'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서부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은 

목장 지대를 시작으로 곶자왈 구석구석까지 자람 터를 넓혀간다.

 

[왕도깨비가지]
[도너리오름]
[큰넓궤 4.3 유적지, 소재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산 90번지 일대]
[나의 살던 고향은 중에서]

큰넓궤는 제주 4·3 당시 동광리 주민들이 

2개월가량 집단적으로 은신 생활을 했던 곳이다.

1948년 11월 중순 중산간 마을에 대한 초토화 작전이 시행된 이후 

주민들은 야산으로 흩어져 숨어 있다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곳은 험한 대신 넓었고, 사람들이 숨어 살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 아이나 노인들은 이 굴속에서 살았다.

 

[큰넓궤]

청년들은 주변 야산이나 근처의

작은 굴에 숨어 토벌대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대비하여 

망을 보거나 식량이나 물 등을 나르는 일을 했다.

하지만 이 굴 속에서 산 지 40여 일 후 토벌대의 집요한 추적 끝에

발각되었고, 토벌대가 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이불솜 등에 불을 붙여 매운 연기가 밖으로 나가도록 열심히 부쳤다.

토벌대는 굴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총만 난사하다가 철수했고 

토벌대가 간 후 주민들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무작정 산으로 들어갔다.

그 후 이들은 한라산 영실 인근 볼레오름 지경에서

토벌대에 총살되거나 생포된 후 정방폭포나 그 인근에서 학살됐다.

큰넓궤 동쪽 50m 지점에 '도엣궤'가 있는데

이곳에도 항아리 파편 등 당시 생활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인근에 제주 4·3 당시 없어져 버린 마을 '삼밭구석'이 있으며, 

당시 학살된 후 시신을 찾지 못해 옷가지 등만을 묻은 '헛묘'도 있다.

<안내글 퍼옴>

 

[빌레 위 나무들, 세월이 느껴진다.]
[동백나무]

도엣궤는 큰넓궤와 더불어 4·3 당시 

동광리 주민들이 집단으로 피난 생활을 했던 곳으로 

굴 내부는 30여 미터로 원래 큰넓궤와 이어져 있었다.

동굴 바닥에는 주민들이 가지고 갔던 

생활용구 파편들이 널려있어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 '지슬'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도엣궤]
[굴 내부]
[돌 위로 떨어진 동백꽃]

4·3 사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동백꽃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쓰러져갔다는 의미를 지닌다.

 

[동백꽃]

땅에 통꽃으로 떨어진 동백꽃 

제주의 동백꽃은 두 번 핀다고 한다.

윤기 나는 초록잎 새로 반쯤 벌어진 채 붉게 피어나길 한 번 

그리고 겨울비와 모진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거침없이 떨어진 통꽃은 

땅에서 붉은 피를 토해내 듯 한 번 더 피어난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길목 

겨울부터 시작해서 이른 봄까지 피고 지기를 하는 동백꽃 

동백꽃이 질 때 동백나무 아래는 붉은 카펫이 깔린 듯 낭만의 길로 안내한다.

하지만....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 

차가운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은 제주 4·3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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