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쉬(馬牛)가 다니던 신비의 숲길 '산양곶자왈'(2017.2.7.화)
하늘 아래 첫 동네 산양리(山陽里)는
아침해가 비친다는 뜻으로 제주시에서 한경면까지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제주의 오지 중산간 마을 '웃뜨르'(낙천, 청수, 저지와 함께 4곳을 일컫는다.) 산양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감귤과 원예작물을 주소득원으로 하고 있고
척박한 지역을 농경지로 일구고 주거지를 만들어내는 강인함이 돋보인다.
마을 인근에는 '자록(사슴의 옛말)물'과 '여뀌못'을 비롯한
크고 작은 습지는 지역 사람들의 생명수가 되고 있다.
산양곶자왈 숲길은 한경면 청수리 일대에
형성된 활엽수림대로 곶자왈의 총거리는 3.4km 정도로
곶자왈 특유의 지형, 지질 특성을 관찰할 수 있도록 탐방로가 잘 설치되어 있다.
마을 곳곳에는 곶자왈의 생명 에너지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곶자왈이란 화산이 활동할 때 분출된
암괴상 아아용암류가 분포하고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을 뜻하는 제주어로서
지역에 따라 곶, 자왈, 곶자왈 등으로 부른다.
곶자왈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동,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한라산과 해안을 연결시키는 생태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탐방로를 알리는 표시판에는
곶자왈에 대한 안내글이 잘 설명되어 있다.
모쉬(馬牛)가 다니던 신비의 숲길 산양곶자왈
곶자왈 주변은 돌담을 두르고 소와 말을 키워 방목터로 이용되었다.
산양곶자왈은 용암이 어느 곶자왈보다 크고 많은 바위들이
구릉을 이루고 있는 지형, 경관적으로 특이한 곳으로서 마을 주민들은
예로부터 '큰엉곶'이라 부른다.
특히 숨골지형과 함몰지의 발달이 특징적이다.
올해 첫 답사지로 선택한 산양곶자왈~
부처님이 내린 상서로운 향기를 가진 꽃 '백서향'
백서향이 벌써 피었다는 소식에 바람타고 스며드는 꿀내음을 생각하니
벌써 곶자왈 깊숙이 달음박질친다.
[용암협곡]
완만한 용암 대지 곳곳에는
마치 계곡처럼 아래로 오목하게 꺼져있는 지형들이 나타난다.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협곡에는 밤일엽이 군락을 이루고,
더부살이고사리, 꼬리고사리, 콩짜개덩굴, 석위, 도깨비고비, 큰봉의꼬리 등과
활엽수림 아래에는 가는쇠고사리가 군락을 이루며 길을 안내한다.
[밤일엽]
[더부살이고사리]
[꼬리고사리]
[콩짜개덩굴]
[가는쇠고사리]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주위는 어둡고
늘 푸르름을 간직한 용암숲은 생명의 공간으로 양치식물들의 천국이다.
나무와 암석이 만들어내는 착생식물과의 공존
숲은 조용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는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종가시나무 도토리]
숲은 생명력의 발원지이다.
곶자왈은 상록활엽수인 종가시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생달나무,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산유자나무 등의 상록활엽수와
단풍나무, 찔레나무 등 낙엽활엽수의 혼효림으로
과거 수백년 동안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
대부분 과거 숯이나 땔감 등의 목적으로 벌채 후
밑둥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서 형성된 맹아지가 많이 보인다.
[용암대지(빌레)]
[빈의자]
의자에 잠시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곶자왈에는 생기가 느껴진다.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두리번거려 보지만 코끝을 자극하는 순백의 백서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참을 걷고서야 처음 만난 백서향은
아직은 수줍은 듯 꽃봉오리를 달고 고개를 내민다.
[백서향]
[마삭줄]
[마]
[산느타리]
[소엽맥문동]
[남오미자]
[백량금]
[경계 돌담]
곶자왈은 마을 주민들이 목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숯을 굽기도 하였던 곳으로
지금도 곶자왈에는 경계를 둘렀던 돌담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탐방로를 나오니 떠나는 겨울이 아쉬운 듯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고운미소를 짓는 작은꽃들이 반긴다.
따스한 2월의 햇살, 아직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 봄의 전령사들의 아름다움을 담아본다.
[광대나물]
[큰개불알풀(봄까지풀)]
앙증맞은 너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단다.
아직은 겨울의 찬기운이 남아 있지만 곶자왈은 생기가 넘친다.
제주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 곶자왈
백서향의 꿀내움이 기다려진다.
탐방로 입구에 적혀진 괴테의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마다 좋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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