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반 '반하'
녹음이 짙어가는 초여름
무성했던 잡초를 베어낸 흔적이 있는 풀밭 한 켠에
긴 혀를 내민 뱀이 머리를 치켜든 모습을 한 '반하'가 눈에 들어온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6월~
보리를 베어버린 보리밭에는 반하의 세상이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간식거리가 귀했던 시골 아이들에겐
반하는 보리밭의 보물덩어리다.
어른들이 바삐 움직이고 나면
이어달리기를 하듯 아이들도 바삐 움직였다.
남자애들은 돌을 뒤집어 주냉이(지네)을 잡고,
여자애들은 텅 빈 보리밭 구석구석을 누비며 삼마(반하)를 캐러 다닌다.
삼마의 덩이줄기가 땅 속에 얼마나 깊숙이 박혔는지 골갱이(호미)로 한참을 팠다.
누가누가 많이 캤는지 곁눈질하며 점빵(구멍가게) 주인에게 보이면
그 값으로 10원짜리 동전과 눈깔사탕을 받았던 동심의 세계
10원짜리 동전 하나로도 마냥 행복했던 시절은
반하가 만들어준 배꼽친구들과의 추억이다.
반하(半夏)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여름이 되면 잎이 말라죽는 '여름의 절반'이라는 뜻이다.
꿩이 좋아한다고 해서 '끼무릇',
천남성과 식물 중에 가장 작다는 뜻에서 '소천남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의 가장자리와 밭, 풀이 많은 양지나 그늘이 자람 터다.
알줄기에서 긴 잎자루에 달린 곁잎이 1~2개 나오는데
3개의 작은잎으로 되어 있고
긴 타원형의 작은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털은 보이지 않는다.
잎의 밑부분 안쪽에 1개의 작은 살눈이 달리고
살눈(주아)이나 구경, 종자로 번식한다.
5~6월 녹색의 불염포에 둘러싸인 꽃차례는
잎줄기에서 솟은 꽃줄기 끝에 황백색꽃이 육수꽃차례를 이루며 달려 핀다.
녹색의 불염포 안쪽으로 털이 보인다.
7~8월에 녹색의 장과가 달리고
땅속에 있는 알줄기는 둥글고 긴 실뿌리를 낸다.
알줄기에는 독성이 있지만 약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배하기도 한다.
어린시절 보리밭에서 삼마(반하)를 캐며 뛰어놀던
배꼽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다.
반하와의 추억은 고향 들판으로 달려가게 한다.
반하의 꽃말은 '비밀', 날 내버려두세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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