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향기 '한라부추'
한라산의 가을꽃들은 산 아래보다 일찍 찾아온다.
헛수술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애기물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윗세오름 가는 길에 만난 하늘과 가까운 신비의 산지습지
진한 마늘 향기가 코 안으로 들어온다.
붉은물결 부추꽃 세상을 만났다.
아침 햇살이 살짝 비춰주길 바라는 부푼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흐릿한 날씨가 이내 아쉽지만 '한라부추'의 아련한 아름다움은
가을을 움켜잡는 듯 길을 막는다.
한라부추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라산 해발 1,100m고지 이상에서 자생한다.
바위틈에서 자라기도 하고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척박하고 반그늘진
물빠짐이 좋은 곳이 자람터다.
풀 전체에서 마늘 향기가 나고
한라산 일원에서 자생해 '한라부추'라는 정감어린 이름으로 불린다.
다른 이름으로 '섬산파'라고도 한다.
부추처럼 생긴 잎은
3~4개가 달리는데 둥근 반원형으로 비늘줄기와 전초를 식용한다.
붉은 자주빛 꽃은 8~9월에 꽃 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우산모양으로 달리고
잎보다 긴 꽃줄기는 곧게 선다.
11월 둥근 열매 안에는
검은색의 종자가 들어있는데 종자와 인경(비늘줄기)으로 번식한다.
고산성 습지식물인 한라부추는
암석원의 바위 틈이나 조경용 지피식물로 이용가치가 높다.
윗세오름에서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산지습지
기울어가는 햇살을 가득 받으며
잠깐이지만 햇살 아래 반짝이는 한라부추의 속삭임을 들었다.
한라산에도 가을빛이 내려앉았다고...
[물매화]
한라부추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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