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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순백의 '민백미꽃'

by 고니62 2019. 6. 27.

순백의 '민백미꽃'


계속되는 오르막길

걸음이 자꾸 느려지지만

연초록 새순은 어느 새 신록의 녹음을 만들었다.

숲 밖으로 보이는 가파른 돌계단~

조릿대 사이로 하얀 자태가 고운 '민백미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배고픔을 달래주던 간식거리가 되어주었던 '찔레나무'의 짙은 향

하얀 나비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 십자가 꽃 '산딸나무'는

하얀 웃음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찔레나무]


[산딸나무]


[민백미꽃]



바람 불어 운수 좋은 날~

하늘은 맑은 수채화를 보는 듯 그림을 그려내고

한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가는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러진 병풍바위,

완만하게 내려간 산자락은 서귀포 앞바다가 훤히 드러나고

한라산 자락을 타고 내려 온 오름 풍경들 뒤로

산방산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구상나무 '고사목']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란 구상나무는

한라산 해발 1,400고지 이상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세찬 비바람에 잘 견디며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빛내준다.


숲 터널을 빠져나오면

솥을 얹혀 놓은 '부악(백록담 화구벽)웅장한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화구벽(백록담)]


늦게 만개한 산철쭉은 시들일만 남았지만

남벽가는 길에 진분홍 출렁이는 꽃바다는 꽃말처럼 사랑의 기쁨이 되어준다.

산철쭉은 해발 1500고지에서 피기 시작해 선잣지왓,

남벽순환로의 방아오름 일대가 한라산 최대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방아오름샘]


웃방아오름에서 용출수가 솟아난다고 하여 '방아오름샘'이라 하지만

오래 전부터 바짝 말라버려 샘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붉은병꽃나무]


남벽순환로에는

진분홍 꽃모자를 뒤집어쓴 봄을 노래하는 '산철쭉'

땅에 붙어 자라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고산식물 '시로미'

한라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한라개승마'

이 아이들과 눈 마주치는 동안

순백의 꽃이 아름다운 '민백미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함박꽃나무]


[섬매발톱나무]


[시로미]


[큰앵초]


[한라개승마]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나 조용히 사라지는 들꽃

티없이 맑고 순수한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민백미꽃'

우산을 편 채 공중에 떠 있는 우아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만개한 민백미꽃이 반긴다.



순백의 꽃이 아름다운 '민백미꽃'

'백미꽃'은 짙은 자주빛이 독특하면서도 아름답지만

'민백미꽃'은 하얀색으로 빛깔이 없고 열매에 털이 없다는 뜻에서 '민'자가 붙었다.

민백미 혹은 개백미, 흰백미라고도 부른다.




민백미꽃은

박주가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나 들에서 볼 수 있는데 반음지를 좋아하고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한다.




키는 30~60cm로 줄기는 곧추서고 줄기를 자르면 백색 유액이 나온다.

타원형의 마주난 잎은 양면에 잔털이 있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5~6월에 피는 하얀꽃은

줄기 끝과 위쪽 잎겨드랑이에 산형으로 달려 전체적으로 취산꽃차례를 이룬다.





하얀 민백미꽃이 전해주는 은은한 향기

하얀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누는 듯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남벽 아래 소박한 꽃밭을 만들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보이던 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작지만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유월의 한라산을 더 아름답게 빛내준다.




화관은 5갈래로 갈라지며, 털이 없고

열매는 8~9월경에 골돌과로 달리고 종자는 익으면 흰색털이 달려 있다.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숨어있는 꽃을 우연히 찾아내고

앞 모습, 옆 모습, 뒷 모습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는 키 작은 관목으로 보이지만

한라산의 여러해살이풀은 꽃 속에 꽃이 또 숨어있다.

민백미꽃의 꽃말은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



지귀도~제지기오름~섶섬~문섬으로 이어지는

서귀포 앞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남벽분기점의 '산철쭉']


[호장근]



영실계곡의 청량한 맑고 시원스런 물소리에

문을 열기 시작한 '박새'가 솔가지에 이는 바람소리마저 아름다운  

소나무숲으로 길을 터준다.


[박새]



나무와 들꽃이 들려주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이야기

산 아래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지만 

한라산의 봄은 끝나지 않았다.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작년에도, 오늘도, 그리고 내년에도

이곳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으리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기에

산을 내려가는 길이 아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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