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식물 '백양더부살이'
계절의 여왕 오월~
농부에게 오월은 시간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잔인한 오월이지만 농부에게도 짧은 하루의 끝이 보이고
백양더부살이를 만날 생각에 잠도 설치게 한다.
인적이 드문 오름,
조개나물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봄바람에 날리는 찔레의 달콤한 꽃향기로 가득 채운 오름 언저리에는
소녀의 감성을 사로잡을 만큼 순박한 하얀 웃음으로 반긴다.
햇볕이 잘 드는 정상의 풀밭
무리 지어 하얗게 핀 '띠'는 솜털처럼 부드러운 모습으로 봄바람에 살랑거리고
노랑나비를 닮은 강인한 식물 '벌노랑이'
쑥 사이로 솟아난 '백양더부살이'는 풀숲에 숨어 오름의 봄을 노래한다.
산방산이 보이는 들판~
가냘프고 기다란 꽃줄기로 봄바람에 정신없이 흔들거리는 '미나리아재비'
큰 가시가 있지만 나물로 먹는 밀원식물 '가시엉겅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오늘의 주인공 '백양더부살이'
하얀 속치마를 들어 올린 듯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에
잠시 숨이 멎는 듯 소름까지 돋는다.
백양더부살이는
열당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쑥이 있는 곳에서 자란다고 해서 '쑥더부살이'라고도 한다.
하천 변에 드물게 자라는 백양더부살이는
볕이 잘 드는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까다로운 생태를 가졌다.
쑥 뿌리 속에서 기생을 하며 양분을 공급받는다.
제주에서는 서부지역의 오름과 들판, 바닷가 모래땅에서 만날 수 있다.
비늘 모양의 잎은 5~7장이 어긋나게 달리고
길쭉한 삼각형 모양으로 잔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털이 많은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서 나고 키는 10~30cm 정도 자란다.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 꽃은
5~6월에 이삭처럼 줄기 끝에 작게는 10개 많게는 30개씩 핀다.
입술 모양의 꽃은 위는 푸른 보라색, 아래는 흰색이다.
암술과 4개의 수술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 익으면 벌어진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가지만
기생식물은 다른 식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식물을 말하는데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어디에도 녹색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생을 통해 변형된 뿌리로 숙주식물의 관다발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고 꽃을 피워서 생식을 한다.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해안사구
해안가의 모래밭이나 바위틈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갯가 식물
이른 아침에 피어 해질 무렵이면 오므라들어 버리는 낮 얼굴 꽃 '갯메꽃'은
갯장구채, 좀보리사초와 벗이 되어 바닷가의 봄을 노래하고
해안사구에는 사철쑥에 기생하는 초종용이 일찍 세상 밖으로 나왔다.
초종용은 열당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바닷가 모래땅에서 사철쑥이나 국화과 식물이 있는 곳에 기생하고
5~6월 백양더부살이와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운다.
다른 식물에 붙어서 살아가는 기생식물들은
숙주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양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다른 식물의 양분을 도둑질하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식물에게 빌붙어 사는 기생식물들도 발 빠르게 전략을 세우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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