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둘레길 2구간(돌오름길) 2021.7.12. 월
자연을 만나는 환상 숲길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80km의 둘레길을 말한다.
천아수원지~돌오름~무오법정사~시오름~수악교~이승악~사려니오름
~물찻오름~비자림로 등을 연결하는 환상 숲길이다.
자연과 에코 힐링하는 한라산 둘레길은
제1구간: 천아숲길(천아수원지~보림농장 삼거리 8.7km)
제2구간: 돌오름길(보림농장 삼거리~거린사슴오름 입구 8km)
제3구간: 산림휴양길(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무오법정사 입구 2.3km)
제4구간: 동백길(무오법정사~돈내코탐방로 11.3km)
제5구간: 수악길(돈내코탐방로~사려니오름 16.7km)
제6구간: 사려니숲길(사려니오름 입구~사려니숲 입구 16km)
제7구간: 절물 조릿대길(사려니숲 입구~절물자연휴양림 입구 3km)
제8구간: 숫모르편백숲길(절물자연휴양림 입구~한라생태숲 6.6km)이 조성되어 있다.
사려니오름~사려니숲(물찻오름) 구간은 조성 중이다.
돌오름길은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거린사슴오름(해발 743m)까지 8km의 구간으로
색달천이 흐르고 졸참나무와 삼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란다.
거린사슴과 돌오름에 오르면 한라산과 법정이오름, 볼레오름, 노로오름, 삼형제오름 등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등 제주 서남부 지역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차 한 대는 거린사슴 전망대 쪽 '한라산둘레길' 표지판 주변에 주차하고
한대는 영실 등반로 맞은편 보림농장 주변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이른 아침, 1100 도로를 달리는 동안
회색 하늘은 녹색의 숲 터널과 파란 하늘로 탈바꿈한다.
장맛비에 물기를 머금은 숲은 바람 한점 없이 숨이 멎은 듯 정지화면이고
이방인의 방문을 경계하는 삐쭉이는 새소리만이 아침 정적을 깬다.
달팽이의 느린 걸음으로
숲이 주는 상쾌하고 편안함 속으로 들어가 본다.
돌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짝을 찾는 새들의 지저귐,
어른 허리까지 자라 등반로를 덮어버린 제주조릿대의 사각거리는 소리,
둘레길에서 만난 길동무들의 아름다운 인사는
조용했던 숲을 활기차게 한다.
돌오름(石岳)은 해발 1270m로 '돌이 많다'라고 해서
또는 산등성이가 빙 둘러 있다는 데서 돌오름(回岳)이라 불러진다.
한라산과 법정이오름~볼레오름~노로오름~삼형제오름 등이 병풍처럼 펼쳐져
서남부 지역 오름 능선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얼기설기 엉킨 밀림을 방불케 하는 숲 길에는
봄의 흔적을 남긴 '굴거리나무'와
단풍나무, 졸참나무 등 다양의 수종과 고사리류들이 분포하고
비비추난초를 시작으로 둘레길의 숨어있는 보물들은 모습을 드러내며
걷는 내내 작은 기쁨이 되어준다.
새벽까지 내린 장맛비는 계곡 웅덩이에 물을 담았다.
물속 주인 맨주기(올챙이의 제주방언)들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난 듯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계곡의 물 위로 반영이 아름다워 오랫동안 머물다 간다.
장맛비에 뜨거운 태양은 나무속으로 숨어버렸다.
가려진 나뭇잎 사이로 코끝에 와닿는
숲 속의 시원하고 맑은 공기는 걷는 내내 힐링의 시간으로
쉬엄쉬엄 숲 속에서 잠시 무더위를 피해 치유의 시간을 가져본다.
한라산둘레길 돌오름길에는
유독 제주조릿대가 널리 분포하고 있는 구간이 많다.
제주조릿대는 제주특산식물로
예로부터 다양한 질병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혹독한 추위와 적설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60~100여 년간 생존하며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사멸하는 식물이다.
초록의 조릿대는 눈을 시원하게 해 주고 더위도 말끔히 식혀 준다.
사각형 구조로 돌담은 허물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제주 4·3 사건 시기에 경찰 등 토벌대 주둔소로 추정되지만
숯가마와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현무암으로 쌓아 올려 만든 석축이 무너지지 않아 잘 남아 있지만
천정이 함몰된 부분에 키가 큰 나무들 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어 위태해 보인다.
거의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울창한 원시림, 계곡의 수려함 속에는
제주의 아픈 역사와 제주 사람들이 고달프게 살았던 생활의 흔적, 생태, 지질 등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날 수 있다.
돌오름길 중간부의 '용바위'
용의 비늘과 같이 현무암 바위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일직선으로 배열되어 있는 경이로운 모습은 눈을 뗄 수가 없다.
암석은 돌오름 주변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조면 현무암으로
코뿔소바위, 들렁바위, 거북바위, 개바위, 두꺼비바위 등 모습도 제각각이다.
이곳 용암류는 '한라산 정상부에서 분출하여
한라산 백록담의 서사면의 고지대를 덮고 있는 용암류'라는 설명이다.
이곳은 숯을 만들기 전에 베어온 나무를 물속에 담갔던 곳으로
인위적으로 파놓고 물을 저장하는 습지 역할을 해 놓은 곳이다.
제주의 하천은 건천이라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하천의 모습이지만
많은 비가 내리면 엄청난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많은 양의 물을 하류로 흘러 보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곳을
'시루떡바위'라는 딱 들어맞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숲 속은 버섯 왕국을 만들어간다.
식용버섯을 시작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독버섯까지 매력적인 모습
겉모습의 아름다움도 잠시, 이제 곧 사라질 아쉬움을 남긴다.
일찍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
뜨거운 태양은 장맛비와 숨바꼭질한다.
바람 따라 코끝에 와닿는 나무와 풀과 낙엽과 흙냄새, 그리고 숲의 싱그러움
놀멍, 쉬멍, 걸으멍 숲 속의 깨끗하고 편안함을 가득 담았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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