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살이 '야고'
가을 햇살에 반사된 은빛 억새길...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하늘빛 미소가 아름다운
이국적인 풍광에 빠져드는 동안
억새에 기생하는 꽃대와 꽃 모양이 담뱃대를 닮은 기생식물
홀로 핀 '야고'의 홍자색 단아한 미소에 멈춰 섰다.
야고(담배대더부살이)는
억새에 기생하는 열당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열당과 식물은 녹색잎이 없어 스스로 살지 못하고
다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것을 말하는데
들에서 자라는 줄풀이란 의미로 억세게 살아가는 억새 아래 기생하는
생명력이 강한 기생식물이다.
인디언 파이프(Indian pipe)란 영명은
야고가 담뱃대를 닮아 '담배대더부살이'라는 별칭이기도 하다.
줄기는 짧아 거의 땅 위로 나오지 않는다.
어긋난 잎도 거의 보이지 않는데
잎은 비늘 조각처럼 생긴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다.
아름다운 홍자색의 꽃은 8~10월까지
원줄기 위에서 나온 긴 꽃자루 끝에 한 송이가 옆을 향해 핀다.
통 모양의 꽃부리 가장자리는 5개로 얕게 갈라지고
주걱 모양의 꽃받침은 꽃의 아래쪽을 감싸고 있다.
암술머리는 둥근 공 모양으로 생겼다.
둥근 적갈색의 열매는 10~11월 경이면 익는데
그 안에는 작은 종자가 들어있다.
반그늘진 풀숲에서 기생하는 야고는
더러는 양하와 사탕무 뿌리에도 기생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억새 아래에서만 기생하는 것을 만났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만 분포하는데
서울의 하늘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은 억새를 제주도에서 가져갈 때
씨앗이 억새에 붙어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억새의 그늘에 숨어 사는 야고의 꽃말은 '더부살이'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가지만
기생식물은 다른 식물에 기생하여 양분을 흡수하는 식물로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어디에도 녹색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야고를 비롯해 초종용, 백양더부살이, 새삼, 실새삼, 미국실새삼 등이 있다.
메꽃과의 한해살이 기생식물로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며 종자(토사자)는 약용한다.
열당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바닷가 모래땅에서 사철쑥이나 국화과 식물이 있는 곳에 기생한다.
열당과/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쑥 뿌리 속에 기생하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이다.
제주의 가을은 붉은빛을 머금고
바람 따라 출렁이는 은빛 억새의 눈부심으로 가을의 문을 연다.
태양의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은빛 물결 일렁이는 가을 억새길은
내가 바람이 된 듯 환상적인 길을 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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