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멧용담'
아침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도착한 영실 주차장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은 여유롭고
영실 소나무 숲이 주는 상쾌함, 맑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
가파른 산길은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려져 있는 '병풍바위'
봄과 여름날~
아름답게 꽃을 피웠던 한라산의 나무들은 가을 한라산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준다.
숲길을 벗어나자 한눈에 들어오는 선작지왓의 넓은 고원 초원지대
백록담 화구벽을 중심으로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선작지왓 탐방로는 한창 공사 중이다.
탐방로를 벗어나 임시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가다
제주조릿대 사이로 얼굴을 내민 '멧용담'의 단아한 모습
순간 숨이 멎는 듯 정지화면이 되었다.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한라산
화구벽이 보이는 제주조릿대 사이로 보라빛 우아한 멧용담의 자태
하늘이 좋아 작은 키로 가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만세동산으로 가는 길목
가을 한라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시로미 사이로 얼굴을 들고, 눈향나무 위로 고개를 내밀고, 땅을 기어가고,
철쭉과 조릿대에 꼭꼭 숨어 한라산의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는
멧용담의 향연이 펼쳐진다.
멧용담은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
한라산 1700 고지 부근 고산 습한 초지에서 키가 작아 눈여겨보아야 보이는
용담에 비해 키도 작고 잎도 작다.
줄기의 길이는 10-15cm이며
모가 지고 밑동 부분은 길고 넓은 피침형의 잎은 마주난다.
9월에 피는 보라색 꽃은
작은 키에 비해 큰 꽃을 피우는 가분수이다.
꽃받침의 갈래는 달걀 모양으로 꽃부리의 길이는 꽃받침 길이의 2배가량이다.
한라산 특산식물은 한라산을 포함해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한다.
이런 귀한 식물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 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한라산 1,400 고지 이상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한라산 고지대의 거센 바람에 왜성화된 것이 특징이다.
바람이 머물던 자리
삶이 귀하게 느껴지는 가을 한라산
한라산의 멋진 풍광과 함께 내게 다가와준 키 작은 바다색 멧용담
땅에 붙어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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