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백작약'
봄이 한창 여무는 날~
계절 잃은 노랗게 피어난 세복수초 사이로
함지박 한 하얀 미소로 반겨주던 '백작약'의 자태
홀로 단아하게 피어 크게 웃어주던 순백의 모습에 숨이 멎는 듯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던 오월의 어느 날~
지금쯤이면 벌어진 열매를 만날 수 있겠지...
연일 이어지는 가을비와 태풍 소식이 야속하기만 하다.
드디어 험한 산길 따라 찾아간 그곳에는
우아한 모습의 백작약이 빨간 종자를 맺힌 채 산속의 안방마님으로
재회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담았다.
허리까지 자란 제주조릿대 사이로 봄날의 흔적
수줍음, 부끄러움이란 꽃말 대신 익어 벌어질 대로 벌어진 채로
흑진주를 달고 가을 아름다운 숲을 담아낸다.
백작약은 작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각지 낙엽 수림대의 숲 속 그늘진 곳에서 높이 40~50cm 정도로 자란다.
5~6월에 피는 꽃은 원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는데 꽃받침은 3개이다.
많은 수술과 암술대는 붉은빛이 돌며 뒤로 젖혀진 모습이 보인다.
백작약이 꽃잎을 활짝 열기 전 오므린 모습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껏 부풀어 오른 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꽃 모양이 함지박처럼 크고 탐스러워 백작약을 옛날부터 함박꽃이라 부르고 있다.
7~10월에 긴 타원형의 골돌과(2~4개)가 달려 익는데
벌어지면 안쪽이 붉어지고 가장자리에
자라지 못한 붉은색 종자와 익은 흑청색 종자가 달린다.
씨방이 스스로 벌어져서 그 속이 새빨간 씨와 흑청색 씨가 보인다.
실생(번식)은 흑청색 씨만을 채취해서 이듬해 파종한다.
수줍은 듯 순백의 아름다움은 작은 떨림으로
무성한 조릿대 틈을 비집고 얼굴을 내밀었던 산속의 안방마님 '백작약'
하얀 꽃잎은 소박하지만 화려한 꽃술로 곤충들을 유혹하고
더없이 청초하고 고귀한 자태
자연이 내민 아름다운 모습은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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