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붙어사는 '바위떡풀'
새벽 1100 도로..
차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길
동이 트는 아침 풍경은 늘 꿈길이다.
주말인데도 영실 주차장은 많이 비어 있고 찬 기운이 느껴진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영실 소나무 숲에서 뿜어 나오는 맑고 향긋한 솔내음
아침 고요를 깨트리는 쩌렁쩌렁 울리는 노루의 울음소리
계곡의 물소리는 막바지 여름을 노래한다.
다음 주 내내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바위떡풀 꽃잎이 아직 남아있을지 설레는 맘으로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등반로 한 켠 조릿대 사이로 얼굴을 내민 '흰진범'
묵직한 등산화에 밟힐까 괜스레 걱정스럽다.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靈室) '병풍바위'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영실기암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광
아침 산책 나온 까마귀 한 마리는 무슨 상념에 잠겼을까?
한참을 떠나지 않고 내 사진 속 모델이 되어준다.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오르다 숨이 찰 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한라돌쩌귀'
흔적을 남긴 '제주황기'는 늦둥이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안겨주고
장승처럼 서 있는 '수리취'는 잠시 쉬어가게 한다.
오르막의 마지막 산상의 쉼터...
드디어 만나고 싶었던
이끼 낀 바위틈 새 모습을 드러낸 '바위떡풀'
단단한 바위에 붙어 자잘한 하얀 꽃은 무척이나 앙증맞은 모습으로
구름을 벗 삼아 아침 바람에 살랑거린다.
바위떡풀은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산지역의 단단하고 습한 바위에 찰싹 붙어 뿌리를 내린다.
고산지대의 척박한 바위
구름이 머무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 '바위떡풀'
바위 위에 떡처럼 달라붙은 모양 때문에'바위떡풀'이란 독특한 이름이 붙었다.
한라산에는 비교적 드물게 보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한다.
줄기는 없고 약간 육질의 잎은 밀생 하는데 뿌리에서 모여 난다.
둥근 콩팥형의 잎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가장자리는 얕게 갈라지며
치아 모양 톱니가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있다.
털이 거의 없거나 굵은 털이 약간 보인다.
하얀색 꽃은 7~8월에 꽃줄기 끝에서 취산 꽃차례를 이루는데
꽃줄기는 녹색 또는 붉은색으로 털이 있고
암술대는 짧고 10개의 수술은 성냥개비 모양을 하고 있다.
꽃자루에는 짧은 샘털이 보인다.
위쪽의 3장은 짧고 아래쪽의 2장은 긴 5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꽃 모양이 '大(큰대)' 자로 보인다고 해서 '대문자초'라 불리기도 한다.
9~11월에 익는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이다.
바위떡풀의 꽃말은
'절실한 사랑', '변하지 않는 우정'이다.
강풍과 폭우에 생채기를 드러낸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지
속살을 드러내고 한쪽으로 드러누운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풍성하게 결실한 주목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윗세오름으로 가는 산상의 정원에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꽃이 호랑이 꼬리를 닮은 '가는범꼬리'
헛수술이 아름다운 가을 야생화의 여왕 '물매화'
납작 엎드리고 향기로 벌을 유혹하는 한라산의 작은 풀 '좀향유'
고산의 거센 바람에 자세를 낮추고 막바지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제주도 특산식물 '바늘엉겅퀴'
한라산 식물들은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추워지기 전에 수분을 마치려고
분주하게 벌과 나비들을 불러 모은다.
숲길을 벗어나자 사방이 탁 트인
웅장한 모습의 백록담 화구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선작지왓 탐방로는 공사 중~
점점 초록의 색을 잃어가는 호장근의 노란 물결
한라산에는 가을빛이 내려앉았다.
'들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사의 모자 '진범' (0) | 2021.09.29 |
---|---|
흑진주 '백작약' (0) | 2021.09.27 |
여름 숲의 요정 '버섯'(2편) (0) | 2021.09.08 |
여름 숲의 요정 '버섯'(1편) (0) | 2021.09.07 |
숨어 사는 '한라천마' (0) | 2021.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