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마중(2022.3.2. 수)
봄은 어느 만큼 왔을까?
곶자왈을 품은 큰지그리오름으로 봄꽃 마중 간다.
민오름 둘레길 따라 큰지그리오름으로 가는 길~
곶자왈과 오름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이 있는 오름
오름 전체가 자연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주변으로 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목장의 광활한 지대를 지나면 기슭의 편백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수직 세상이 만들어내는 편백나무의 아름다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의 짙은 나무향
마스크로 코를 막았지만 뿜어내는 맑은 공기와 상쾌함은
몸으로 느껴지고 또 다른 절경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편백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걷다 보면 정상과 마주한다.
탁 트인 360도 정상에 서면 잡힐 듯 눈 덮인 부드러운 능선의 한라산과
한라산 주변으로 이어지는 오름 군락이 내 품에 안긴다.
제주 동부지역 오름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봉곳하게 솟아오른 크고 작은 오름 군락들의 파노라마는 눈을 즐겁게 한다.
아직은 차갑지만 때마침 기분 좋게 불어오는 봄바람
광활하게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광은 이 오름의 매력인 듯하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편백나무 숲
청량감을 주는 편백나무향은 다시 걸음을 멈추게 하고
숲이 주는 편안함과 초록에너지는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육지와 수생생태계의 전이 지대
겨울 오랜 가뭄으로 습지는 바싹 말라 정적만이 감돈다.
발에 닿는 굴곡, 세월이 느껴지는 앙상한 숲길
봄 햇살에 황금빛 세복수초가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이맘때가 되면 오름 등성이를 시작으로
정상까지 봄꽃들이 얼굴을 내밀지만 오랜 가뭄과 잦은 산간 눈 소식에
다른 해보다 봄은 느릿느릿 걸어온다.
아쉬운 마음에 보물창고로 숨겨진 보물을 만나러 가본다.
따스한 햇살에 빗장이 열린 봄
초록 치마에 황금빛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세복수초'가 꽃길을 만들었다.
보송보송 하얀 솜털을 달고 기지개 켜는 '새끼노루귀'
너를 찾느라 돌 틈을 다 뒤졌는데
까꿍! 연분홍 봄이 너무 예쁜 '(분홍)새끼노루귀'
작지만 품위 있는 모습의 이름도 별난 '중의무릇'
수줍은 듯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변산아씨 '변산바람꽃'
숲 속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기 전에 차가운 땅 위로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꽃 아기씨들
서둘러 꽃가루받이를 끝내려고 심부름꾼들을 열심히 불러 모은다.
오랜 가뭄과 추위,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제주의 들꽃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가냘프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고개를 내미는 이 아이들은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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