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 핀 '각시붓꽃'
매년 3월이면 제주 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
소망을 품고, 소망이 피어오르고, 소망의 오름으로 올해는 드라이브인 방식에
예약제로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강원, 경북지역 산불 여파로 오름 불 놓기는 취소되었다.
옛 제주목축문화인 들불 놓기가 기원인 들불축제는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고
비옥한 땅을 만드는데 조상들의 지혜에서 유래되었다.
매년 찾아오는 봄
오고 간다는 한마디 말은 없지만
등성이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파란 하늘 아래 청보라로 덧칠한
부끄러운 새색시 '각시붓꽃'이 봄바람에 하늘하늘거리며 배경 자체가 그림이 되어준다.
심쿵!
설레는 맘은 잠시 접어두고 희망을 나른다.
각시붓꽃은 붓꽃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꽃봉오리가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 같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애기붓꽃이란 예쁜 이름도 갖고 있다.
각시붓꽃의 각시는 붓꽃류 중에서 꽃과 잎이 작아서 이르는 말인데
식물의 크기가 작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푸름이 짙어 보라에 가까운 색을 한 무지개의 여신
칼날처럼 생긴 길게 뻗은 잎과
붓끝에 물감을 듬뿍 머금은 듯한 청보라 꽃색
줄기가 반듯하여 우아함을 가졌지만 꽃은 오래가지 못하고 하루, 이틀새 시들어
오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꽃이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꽃과 칼집 모양의 잎
4~5월에 자주색 꽃이 피고, 꽃이 필 때 잎은 꽃대와 길이가 비슷해진다.
꽃이 지고 난 후 자라며 가장자리 윗부분에 잔돌기가 있다.
뿌리줄기는 뭉쳐나고 열매는 삭과로 작은 공 모양이다.
각시붓꽃은 산지 풀밭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꽃이 피지 않을 때도 잎 모양이 난처럼 수려해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꽃 이름에 '각시'가 붙으면 시집 온 새색시처럼
작고 예쁜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각시붓꽃은 붓꽃 중에 키가 작고 앙증맞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붓꽃류의 식물을 아이리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이리스 이름은 세계가 함께 부르는 붓꽃류를 총칭하는 속명이지만
우리 이름 예쁜 '붓꽃'이 정겹게 느겨진다.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각시붓꽃, 비슷한 종들을 모았다.
정상으로 오르는 급경사, 숨을 고르다 마주친 오름의 들꽃들~
짧은 털에 싸인 채 주먹 쥔 고사리도 얼굴을 내밀고
억센 억새와 부드러운 띠 사이로 봄꽃들이 따스한 햇살에 봄소풍 나왔다.
바람은 꽃잎을 흔들고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자연을 담은 은은한 향기
부끄러운 각시의 모습을 닮은 꽃과 함께 칼처럼 생긴 잎
봄이 오나 싶더니 자취를 감출 준비를 서두르는 키 작은 '각시붓꽃'
가는 봄을 잡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봄이 더디갔으면 좋겠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