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山水菊)’
나무이야기3
◆ 범의귀과 / 낙엽활엽관목
◆ 학명 : Hydrangea serrata for. acuminata
◆ 꽃말 : 변하기 쉬운 마음, 변덕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며칠을 집 안에서 뒹굴었더니 몸이 더 아프다.
지인으로부터 '솔오름' 답사 간다는 말에 솔깃하여 길을 따라 나서봅니다.
여름을 훌쩍 넘긴 때라 땀방울 송송 맺히는 더운 날씨였지만, 파란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나를 반겨줍니다.
한여름 무성한 초록더미 속에는 파란 산수국이 내 눈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 줍니다.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는 길목에는 어느 틈엔가 파란 빛깔 산수국이 벌과 나비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 작은 아이들(참꽃)은 가운데 올망졸망 다정스럽게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그러는 사이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참꽃 가장자리에는 헛꽃(가화)들이 빙 돌아가며 고운 모습으로 활짝 피어 벌과 나비를 불러 모웁니다.
내가 못하는 일을 다른 아이가 대신 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헛꽃들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내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들입니다.
하늘 높이 치켜 올렸던 헛꽃은 자기 할 일을 마치고 나면 부끄러운 듯 살포시 땅을 향해 고개를 숙입니다.
길을 걸으며 이 사소한 일에 감동을 받고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자연이 주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훈인데도 진작 우리는 잊고 살아갑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릴 적 나를 끔찍이 사랑해주셨던 할머니는 수국이 피면
“집 안에 물이 들어온다.”
며 집 안에는 수국을 심지 말라던 동화처럼 구수하게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 아이는 워낙 물을 좋아해서 산 속 습하고 그늘진 곳이나 바위 틈 물 흐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터를 잡습니다.
산수국이 필 때쯤이면 장마가 시작되고 헛꽃이 뒤로 젖혀지면 장마가 끝남을 알려 줍니다.
그 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 산수국이 필 때면 고운 나의 할머니 얼굴이 또렷이 떠올라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제주에서는 수국을 '도채비고장'(도깨비꽃)이라 하여 집안에 심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상여 나갈 때 꽂았던 꽃이 수국인걸 보면 그럴 듯 합니다.
산수국은 산에서 피는 물을 좋아하고, 접시를 엎어 놓은 모양처럼 풍성하게 피는 모습이 국화를 연상해서 말 그대로 '산수국'이란 고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나 봅니다.
심어진 토양에 따라 색깔이 청색에서 붉은 색의 다양한 색을 볼 수가 있는데 이런 연유에서 꽃말도 '변하기 쉬운 마음', '변덕' 이라 부릅니다.
그렇지만 프랑스에서는 분홍색의 수국은 '활발한 여자' 를 뜻하기도 합니다.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헛꽃이 뒤집어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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