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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오름의 피눈물 '피뿌리풀'

by 고니62 2015. 5. 15.

오름의 피눈물 '피뿌리풀'

들꽃이야기43

 

 

팥꽃나무과 / 여러해살이풀

학명 : Stellera rosea Nakai

꽃말 : 슬픈정열, 툭 터진 사랑

 

 

 

일년을 기다리며 꼭 만나고 싶었던 이 아이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전날 불어닥친 간접 태풍의 위력은 대단해서 거센 바람과 쏟아지는 폭우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줄지 애가 탑니다.

 

 

이른 시간 숨어있는 비경 계곡의 폭포를 온 몸으로 담은 터라 살짝 흥분된 마음으로 짝사랑 '피뿌리풀'을 찾아 조심스럽게 달려갑니다.

내리쬐는 봄 햇살에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지만 뺨에 닿는 부드러운 봄바람이 기분좋게 닦아줍니다.

 

 

 

 

어느만큼 올라 왔을까?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방이 확 트인 오름군락의 파노라마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입이 '쩍'하고 벌어집니다,

파란 바다 위의 궁전 '성산'과 여름의 길목에 온통 푸르름을 더해가는 5월의 신록은 제주를 더 사랑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숨을 잠시 고르고 있는데 멀리서도 빨간 무리가 눈에 들어 옵니다.

내 짝사랑 피뿌리풀...

 

 

피뿌리풀은 뿌리가 핏빛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아직 뿌리를 본 적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알지요. 

뿌리는 굵고 선홍색으로 유독성 식물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서홍닥나무, 피뿌리꽃, 처녀뿔이라 부르고, 한방에서는 낭독(狼毒)이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사용합니다.

 

 

 

몽골, 중국, 시베리아 등 추운 지방의 초원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는 황해도 이북과 유일하게 제주의 동부 오름 풀밭에 자생하는 귀한 식물이라 합니다.

북부지방의 식물이라 한라산 고지대에서 자랄 듯 하지만 특이하게 중산간의 오름 초원에 자라는 기특한 아이랍니다.
그래서일까?
남채당하는 식물중의 하나로 복원하기 위해 노력중이라 하지만 쉽지가 않은가 봅니다.

 

 

 

 

 

 

5~7월에 원줄기 끝에 꽃들이 여러 송이가 모여서 피고 꽃잎의 안쪽은 흰빛이 돌지만 꽃잎의 바깥쪽과 꽃받침은 붉은 빛이 도네요.

붉은 봉오리는 바깥쪽부터 원을 그리며 하앟게 피기 시작하여 전체적으로 피면 다시 붉은색으로 동그란 부케모양을 하고 있네요.

꽃이 지기 시작하면 핏빛으로 변하는데 꽃과 뿌리가 모두 붉은빛이 됩니다.

 

 

 

피뿌리풀의 잎은 바소꼴로 잎자루 없이 빽빽하게 붙어 있고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표면은 녹색을 띄고 있지만 뒷면은 푸른색이 도는 회색으로 키는 30~40cm정도로 자라고 줄기는 곧게 섭니다.

 

 

 

 

 

몽고에서는 피뿌리풀을 70개의 머리란 뜻으로 '달랑투루'라고 하는데 꽃이 피는 모습을 보니 그럴 듯 합니다.

몽고가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제주오름에서 말을 키웠다는데서 피뿌리풀이 퍼졌을 것이라는 것과 풀의 붉은 뿌리를 말의 치료제로 쓰였다고 하여 몽고에서 말이 들어올 때 말먹이에 섞여서 들어왔을 것이라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말합니다.

동부오름에 자생하는 피뿌리풀은 제주의 슬픈 역사 4·3에 비유합니다.

영문도 모른채 쓰러져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였던 오름의 영혼들은 피뿌리풀로 오름의 초원을 붉게 물들였던 모습과 흡사 닮았다고...

 

 

 

 

 

자연이 내려주는 아름다움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보석처럼 빛을 발합니다.

혼자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남채 당하는 일 없이 오름 전체를 붉은 물결로 제주의 또 다른 명품이 탄생되길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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