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니의 일상

새색시된 참다래(키위)

by 고니62 2015. 5. 27.

새색시된 참다래(키위)

 

계절의 여왕 오월~

가정의 달 오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눈부신 햇살 아래 나들이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농부에게 농장 밖을 상상한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간과 한바탕 전쟁을 치룬다.

 

다른 농사일도 나름대로 애로가 있겠지만  

특히 키위는 꽃이 피고 바로 수분을 해야 하는 머리 아픈 숙제가 있다.

이른 아침 '방긋' 하고 웃는 이 아이들과

오늘도 한바탕 전쟁을 치르러

출발~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방긋' 웃는 키위가 얼마나 고운지...

 키위가 봉오리를 달고 나오면 상품될 아이만 남기고 봉오리를 먼저 따 준다.

그리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수분을 시켜줘야 되는데

이 때부터 비상사태이다.

비가 올 것을 대비해야 하고

날씨 변화에 따라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버리면

하우스나 노지에서는 고개는 치켜 들고, 눈으로 확인한 후 손은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시간과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아침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향긋한 내음으로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도 반가워" 

첫날은 고개와 어깨가 아파서 죽을 맛이다.

안쓰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몹시 고된 하루가 지나간다.

 

이틀째 역시 죽을 맛이다.

근데 이 아이들은 내가 반가운지

 '방긋방긋'

하지만 이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얘들아~"

그래도 곱게 수분을 시켜 새색시로 만들어줄께~

쉴 시간없이 하루가 너무도 짧아 이 아이들을 다 만나지 못하고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셋째날~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안쓰던 근육도 덜 놀랐는지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4~5일째가 되니 진분홍 연지 곤지를 찍은 새색시들은

하우스 가득 퍼져 나간다.

 

일주일이 넘어가지만 늦둥이들은 아직도 활짝 피지 못하고

봉오리채로 매달려 농부를 지치게 한다.

 

 

 

 

수분(受粉 꽃가루받이)

 

식물의 꽃에 있는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과정을 '수분(꽃가루받이)'이라 한다.

꽃가루받이는 자가수분과 타가수분, 인공수분을 하는데

키위는 인공수분을 해줘야 한다.

 

 

이 아이는 진하게 연지 곤지를 찍어 발랐다.

 

 

 

이 아이들은 봉오리때부터 불량으로 나왔다.

미안하지만 너희들을 따버려야겠다.

 

 

 

어이쿠!

이 아이들은 실수?로 따 버렸다.

꽃도 크고 상품이 될 아이였는데...

 

 [수분이 되기 전 꽃봉오리 모습]

 

 

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하면 수분(꽃가루받이)이 시작된다.

 

 

 

수분된 꽃들은 2~3일이 지나면

하얗던 꽃잎은 누렇게 변하며 땅바닥에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분을 시키는 동안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열매를 맺는다.

이 녀석들은 11월이 되면 다 익어 수확을 하지만

후숙과일이라 저장했다가 다음해에 우리들에게로 찾아온다.

 

수분을 시킬 때 필요한 것들이다.

수분기가 나오기 전에는 붓으로 수분을 시켰지만

 점점 편리한 기구들이 나오네요..

 

[키위 꽃가루]

 

[염색 석송자]

 

 

키위 꽃가루와 염색 석송자를 섞는다.

꽃가루가 흰색이라 염색석송자를 섞어 수분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이유이다.

 

 

 

[수분기]

 

새벽부터 일어나 해가 떨어질때까지 농부의 하루 일과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농부들이 흘린 땀은 거짓없는 우리들의 진실된 삶의 모습이다.

농부들의 고된 일과를 한번쯤은 뒤돌아 봐 주시고

우리 농산물 많이 사랑해주세요.


'고니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귀한 농장 '팜파티'  (0) 2015.07.18
'갯거시'가 보이는 시인의 집  (0) 2015.07.17
부처님오신날(석가탄신일)  (0) 2015.05.25
부처님오신날~  (0) 2015.05.25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  (0) 201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