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품은 '구두리오름'(2016.12.04.일)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구두리오름은
조천읍(교래리)과 표선면(가시리)의 경계에 위치한다.
표고 517m, 형태는 원형이었던 것이 한쪽으로 침식되면서 말굽모양으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개(狗)의 머리와 비슷하여 구두리
한자로는 구두악(狗頭岳)이라 한다.
하지만 울창하게 자라난 나무로 인해 형상을 확인할 수가 없다.
구두리오름은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맞은편 농로따라 들어간다.
오름과 숲, 둘레길이 이어진 트레킹코스(구두리오름~가문이오름~쳇망~여문영아리)로
좁은 농로따라 가는 숲길은 가문이오름과 구두리오름이 바로 이웃해 있고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색 바랜 낙엽은 겨울로 가고
무릎 아래까지 자란 녹색의 제주조릿대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천연의 계곡은 군데군데 물엉덩이를 만들고
자연이 만들어낸 집채만한 바위에는 초록의 이끼가 세월의 흔적을 남겼다.
돌 틈 사이로 물이 흘러 내린다.
오름 기슭에는 소나무와
하늘을 향한 수직정원 '삼나무'가 빽빽하게 조림되어 있고
삼나무림을 지나면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낙엽수림이 우거진 자연림이 숲을 이루지만 계절은 나뭇잎을 떨구고
바람이 지나가면 금새 떨어져버릴 운명도 모른채
어두운 오름의 숲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노랗게 물든 늦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아래에는 제주조릿대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계속 이어진 가파른 오르막길이
숨을 깔딱거리게 하는 동안 쓰러진 나무가 좁은길을 가로막는다.
꽉꽉 막힌 사방을 잠시 벗어나니 한라산이 눈 앞에 버티고 있다.
나무 사이로 제주경주마육성목장이 살짝 드러난다.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등성이로 연결되고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등성이는 가시덤불로 더 이상 진입이 어렵다.
산소 옆으로 제동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인 듯 좁은 길이 보이고
정상에서의 조망은 나무로 가려져 어렵다.
[내려가는 길에 다시 만난 쓰러진 나무]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는 오름 등성이에는
봄과 여름날의 흔적을 남겼다.
연초록 샹쾌한 향으로 코를 자극했던 상산나무
잘 익은 열매가 버거워도 곧은 자세로 버티고 있는 천남성 무리
활엽수의 넘어진 나무와 낙엽 위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버섯의 신비로움
눈에 띄지 않지만 한겨울에 더욱 빛을 발하는 산쪽풀까지
숲 속은 조용하지만 여전히 햇빛과의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상산나무]
[마]
[큰천남성]
[목이버섯]
[방귀버섯]
[뱀톱]
[산쪽풀]
[말벌집]
올라갈때 느끼지 못했던
'바스락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마른 낙엽에서 나는 정감가는 소리는
푹신한 카펫 위를 걷는 편안한 낭만의 길로 이어달리기 한다.
[산수국]
[쥐꼬리망초]
솔잎과 솔방울이 만들어준 낭만의 길
겨울로 가는 길 위로 고개를 내민 색 바랜 산수국이
겨울이 오는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한다.
남조로에서 보는 구두리오름은 평범한 오름처럼 보이지만
북동쪽으로 향한 굼부리, 빽빽하게 심어진 수직정원 삼나무,
무성하게 자랐던 자연림의 흔적 낙엽까지
겨울로 가는 길동무가 되어준다.
세복수초가 피는 봄의 구두리오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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