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에 쌓인 '영아리'(2016.12.23.금)
겨울의 여왕 '동백꽃'이 붉게 물든
아름다운 꿈을 꾸며 기분좋은 하루를 열어본다.
다행히 겨울비는 그쳤지만
아침 기온은 뚝 떨어지고 얼굴에 닿는 찬바람은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을 보러가기 전에 잠깐 들렀던
(서)영아리에서 만난 싸락눈은 아직까지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신령스럽다는 영아리오름은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표고 693m로 말굽형 형태를 하고 있다.
용이 누운 형체인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영아리로 와전되었다는 설과
신령스런 산으로 풀이하는 설 두가지가 있지만
후자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자로는 영아리악(靈阿利岳)이라 한다.
영아리오름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 길이 있다.
광평리를 지나 나인브리지골프장 가장자리 곁의 개울을 가로질러 가는 길,
핀크스골프장 곁의 마보기로 가는 길,
안덕면 위생매립장 곁의 어오름을 가로질러 오를 수 있는
여러가지 길이 있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위생매립장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 멈춘 곳엔
가을꽃들은 자취를 감춰버렸고 가을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찬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빛바랜 억새
초록의 수직정원 '삼나무길'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반긴다.
많은 비가 내렸던 흔적은
오름 들머리부터 시작된 가파른 오르막길을 미끌거리게 한다.
쌍바위와 높이 5m의 거석(巨石), 그리고 돌무더기는
여전히 오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봄날~
소박하지만 우아한 자태로 반겨주었던 '제비꽃'
여름날~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흔들거리며 미소짓던 '자주꿩의다리'
가을날~
하늘을 향해 웃음지었던 '한라꽃향유'
지금은 차가운 겨울비와 찬바람을 이겨내며 거석 위를 쓸쓸히 지키는
빛바랜 줄사철의 끈질긴 모습에 마음이 짠하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운무는 점점 가까이에 와 있다.
정상에서는 사방이 운무에 가려 저만치에 있을
눈덮힌 한라산을 중심으로 봉우리로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광야를 보는
파노라마를 상상해 본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지의 광활함
바다를 낀 산방산 등의 오름 능선은 운무에 가려 쉽게 보여주질 않았지만
습지를 품고 있는 영아리의 신비함에 끌려
바위를 타고 내리고 오르는 험한 길을 택하고 습지로 내려간다.
돌 위로 떨어진 동백꽃은
찬 바람과 차가운 비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서러움에
차가운 바닥에서 다시 한 번 꽃을 피운다.
[동백꽃과 과피]
갑자기 내린 싸락눈이 뺨을 때린다.
얼굴을 가려보지만 눈에 들어간 첫눈의 차가운 느낌은
상쾌함으로 마음을 들뜨게 한다.
[궤]
물이 가까이 있고 산 속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잇점에서
이 곳 '궤'에서는 제주의 어둡고 마음 아팠던 시절에 숨어서 지냈다고 한다.
굴 속은 20~30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굴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습지]
습지 위로 비치는 아침햇살
한바탕 쏟아지던 싸락눈은 갑자기 겨울 햇살을 쏟아내고
잔잔한 습지에 비친 반영의 아름다움은 순간 숨을 멎게 한다.
습지를 품고 있는 영아리의 신비스러움은
그 어떤 오름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인동덩굴]
[상산나무]
[동백꽃]
[소나무]
정상에 도착했지만 겨울햇살은 운무 속으로 숨어버렸다.
한참을 머뭇거리지만 눈덮힌 한라산의 모습은 쉽게 보여주지 않고
뺨에 닿는 차가운 바람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쉬운 마음에 쌍바위를 다시 한 번 담고 간다.
쌍바위 사이로 지나가면 절대 안되는 이유...
오늘도 어김없이 영아리의 쌍바위 전설은 모두에게 웃음을 남겨준다.
쌍바위는 '병아리바위'라는 예쁜 이름으로 길동무는 불러준다.
한 마리는 하늘을, 다른 한 마리는 땅을 쳐다보는 다정한 모습은
영아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인 걸로...
'오름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기다리는 '서영아리' (0) | 2017.02.06 |
---|---|
말찻오름 '해맞이 숲길' (0) | 2016.12.27 |
계곡을 품은 '구두리오름' (0) | 2016.12.05 |
바위산 '단산(簞山)' (0) | 2016.11.26 |
'법정악'의 가을 (0) | 2016.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