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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봄을 기다리는 '서영아리'

by 고니62 2017. 2. 6.

봄을 기다리는 '서영아리'(2017.2.5.일)


붉은 닭의 해

첫 오름나들이로 서영아리를 생각했지만

간밤에 내린 비로 이른 아침인데도 밖은 어둡기만 하고...

평화로를 가는 동안 짙은 안개와 간간이 내리는 비는 카멜리아 힐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식사 후 다시 서영아리로 향한다.


영아리오름(서영아리)을 가는 길은

광평리를 지나 나인브리지골프장 가장자리 곁의 개울을 가로질러 가는 길,

핀크스골프장 곁의 마보기로 가는 길,

안덕면 위생매립장 곁의 어오름을 가로질러 오를 수 있는

여러가지 길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위생매립장 쪽을 택하고

시멘트길, 울퉁불퉁한 돌길 따라 한참을 가다 삼나무가 아름다운 길을 만났다.

수직의 정원 삼나무길은 운무에 휩싸인 채 환상적인 길로 안내한다.




오름 들머리에는 가을 빛바랜 억새도 숨어버리고

덩그러니 영아리오름을 알리는 표지판만이 눈에 들어온다.

간밤에 내린 겨울비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미끌거리게 하고

 모두들 조심조심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는 

정상으로 오를수록 점점 가까이 내려와 쌍바위는 보일 듯 말 듯...





쌍바위와 높이 5m의 거석, 그리고 정상의 돌무더기는

영아리오름의 수호신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가운 겨울비와 찬바람을 이겨내며

거석 위를 지키는 빛바랜 줄사철의 모습은 여전히 대견하기만 하다.

쌍바위 사이로 지나가면 '이혼을 한다'는

얼토당토한 말이 끝나자마자 그 사이로 지나가 버린다.

이를 어쩌면 좋아~ㅋ


쌍바위는 두 마리의 병아리가

한 마리는 하늘을, 다른 한 마리는 땅을 쳐다보는 다정한 모습이다.

길동무가 불러주는 예쁜 이름

'병아리바위'


[5월, 영아리오름의 정상]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8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진다.

영아리오름의 분신처럼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놓여져 있고

녹색의 광활한 광야는 영아리를 수호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오늘 영아리오름의 정상은

사방이 운무에 가려 전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은 바람에 떨어져 나가고 패이기까지...

저만치에 있을 눈덮힌 한라산을 중심으로 봉우리로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광야를 상상하며

바람에 쓰러진 표지판을 제자리에 두고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을 차렸다.

모두가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올해도 동아리 회원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5월, 전망대에서 바라 본

바다를 낀 산방산과 오름 능선이 환상적인 모습이지만

이 곳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여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아쉬움은

습지를 품고 있는 영아리오름의 신비로움을 보기 위해

비가 와서 미끄럽고 위험한 바위길보다 편안한 내리막길을 택하고 습지로 향한다.

중간쯤 내려 왔을까?

2월, 영아리오름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듯

먼지버섯 하나가 내 눈에 들어온다.

반갑다~


[먼지버섯]


안개 자욱한 사이로 습지의 모습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습지의 모습을 본 순간 너무 큰 충격에 빠졌다.

어찌 이런 일이...



[습지]


[5월~ 영아리오름 습지]





입춘이 지났지만 영아리오름의 습지는 쓸쓸하다.

얼었던 습지의 물이 녹아 내리면서 밑바닥이 드러나고 

습지 속의 지저분한 진흙 위로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들은 죽은 듯 꼼짝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질 급한 한 녀석이 비몽사몽 반 쯤 감긴 눈을 하고 묘기를 한다.

다리를 180도로 유연하게 쫙 펴더니

연이어 다리를 쭈~욱 뻗는 묘한 동작으로 재주를 부린다.

경칩(3월5일)은 아직 한달이나 남았는데...

성질 급한 이 녀석은 시간을 거꾸로 사는 걸까?

우리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깬 걸까?


[궤]


물이 있고 산 속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잇점은

제주의 어둡고 마음 아팠던 시절에 숨어서 지냈던 '궤'이다.

굴 속은 20~30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굴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입춘이 하루 지났지만

아직은 봄이 이른 듯 영아리오름의 봄은 멀게 느껴진다.

영아리오름을 오르는 길에 가져갈 수 있도록

습지에서 가지고 온 나무지팡이를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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