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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

by 고니62 2017. 6. 16.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2017.6.14.수)


회색 빌딩숲 사이로 보이던 미세먼지는

1100도로를 달리는 동안 녹색의 숲 터널과 파란 하늘로 탈바꿈한다.

바람 한 점 없는 적막한 숲은 숨이 멎은 듯 정지화면이다.

이방인의 방문에 경계하는

휘파람새의 '삣쭉, 삣쭉' 소리만이 아침의 정적을 깨친다.


놀멍, 쉬멍, 걸으멍

달팽이의 느린 걸음으로

숲이 주는 상쾌하고 편안함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라산둘레길은

천아숲길, 돌오름길, 동백길, 수악길, 사려니숲길로 이어진

에코힐링할 수 있는 최적의 숲길로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도로), 임도와 표고버섯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80km의 환상숲길을 말한다.


거의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울창한 원시림, 계곡의 수려함 속에는

제주의 아픈 역사와 제주사람들이 고달프게 살았던 생활의 흔적, 생태, 지질 등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경관 등을 만날 수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숲길로 모두에게 에코힐링할 수 있는 장소이다.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은

거린사슴오름~돌오름 입구 사이 5.6km의 구간으로

색달천이 흐르고 삼나무와 졸참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다.

비교적 짧은 거리라 왕복이 가능하다.



[표고버섯 재배장]


이 곳은 사유림(농림지역)이며

농산물 및 임산물(약초) 재배를 한 곳은 절대 출입을 금한다는

알림표지판이 있다.


[석축시설]


 사각형구조로 돌담은 허물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제주4.3사건 시기에 경찰 등 토벌대 주둔소로 추정되지만

숯가마와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판상절리가 잘 발달된 하천]


제주의 하천은 건천이라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하천의 모습이지만

비가 많이 내리면 엄청난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많은 양의 물을 하류로 흘러보낸다.

아래로 보이는 하천은 색달천이다.


['시루떡바위'라는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숲 길에 나온 옥잠난초의 고운자태에 눈길이 간다.

한참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여름 솦 속은 계절을 전해주는 보물들로 꽉 채웠다.

숲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옥잠난초]


[갈매기난초]


[홍노도라지]


[좀가지풀]


[가락지나물]


[산골무꽃]


[개감수]



[큰천남성]


[관중]


[뱀톱]


[열하분출의 흔적 '용바위']


돌오름길 중간부의 용바위

용의 비늘과 같이 현무암 바위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일직선으로 배열되어 있는 경이로운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암석은 돌오름 주변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조면현무암으로

코뿔소바위, 들렁바위, 거북바위, 개바위, 두꺼비바위 등

모습도 제각각이다.

이곳 용암류는

 '한라산 정상부에서 분출하여 한라산 백록담의 서사면의 고지대를 덮고 있는 용암류'

라는 설명이 되어 있다.



[숯가마터]


 현무암으로 쌓아올려 만든 석축이

무너지지 않아 잘 남아 있지만 천정이 함몰된 부분에

키가 큰 나무들 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어 조금은 위태해 보인다.



[색달천]


가뭄 뒤에 내렸던 단비는 계곡 웅덩이에 물을 담았다.

물 속 주인 맨주기(올챙이의 제주방언)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난 듯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계곡의 물 위로

반영이 아름다워 잠시 시선이 멈춘다.






[제주조릿대 길]


어른 허리까지 자라 길을 덮어버린

싱싱한 녹색 제주조릿대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짝을 찾는 새들의 지저귐, 숲에서 만난 길동무들의 아름다운 인사는

조용한 숲을 활기차게 한다.


제주조릿대는 제주특산식물로

예로부터 다양한 질병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혹독한 추위와 적설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60~100여년간 생존하며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사멸하는 식물이다.


[돌오름 정상]


돌오름(石岳)은 해발 1270m로 '돌이 많다'고 해서

또는 산등성이가 빙 둘러 있다는 데서 돌오름(回岳)이라 불러진다.

한라산과 법정이오름~볼레오름~노로오름~삼형제오름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서남부 지역의 오름 능선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광활하게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광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멋을 더해준다.

얼기설기 엉킨 밀림을 방불케하는 숲 길은

풋풋한 연두빛 청미래덩굴의 새콤한 맛

스칠때마다 내맽는 초피나무의 상큼하고 시원한 향

피기 시작하는 하얀꽃과 져가는 노란색꽃을 '금은화'라 불리는 인동덩굴의 달콤한 꿀내음

하얗게 핀 십자가꽃 산딸나무가 벌과 나비를 불러모은다.


[청미래덩굴]


[초피나무]


[인동덩굴]


[산딸나무]



[쥐똥나무]


[가막살나무]


[등수국]


[다래]


[왕머루]


[산딸기]









숲 길을 빠져나오니 구불구불 천백도로가 보인다.

차를 세워둔 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가 쉽지 않다.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도로 한 켠 조릿대 속에 숨은

순백의 꽃이 아름다운 '민백미꽃'이 얼굴을 내민다.


[민백미꽃]




여름향기로 가득찬 밀림을 방불케하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숲

걸을수록 빠져드는 숲길은 제주의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건강한 숲이 전해주는 기운은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