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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닥모루 '저지오름'

by 고니62 2017. 6. 18.

닥모루 '저지오름'(2017.6.17.토)


여고동창들과의 오름나들이

올레길과 연결되어 있는 아름다운 숲이 있는 저지오름은

올레13코스의 종점이면서 14코스 시작지점이다.

마을회관에 차를 주차하고...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오름(楮旨岳)은

표고 239.3m, 비고 100m, 깔대기 형태를 띤 원형의 분화구를 갖고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고

한경면을 대표하는 오름이다.

저지의 옛 이름이 '닥모루', '닥몰'로 닥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닥몰오름',

오름의 모양새가 새의 주둥이와 비슷하다 하여 '새오름'이라 부른다.

저지오름은 마을 이름이 '저지'로 되면서 생긴 한자명이다.

정상까지는 1.9km로 45분 정도 소요된다.



[마삭줄]


골목으로 들어서자

돌담 위를 초록으로 수놓는 마삭줄이 눈에 들어온다.

햇빛 좋은 울타리가 자람 터가 된 탓에 윤기나는 넓은 잎과

바람개비 모양을 한 하얀꽃의 진한 향기는 코를 자극한다.



오름 이정표 표시대로 돌담길 따라 걷다보니

단정하게 정리된 오름 들머리에는

올레꾼들을 위한 화장실도 설치되어 잠시 쉬어가게 한다.



허허벌판이던 민둥산 오름(저지오름) 일대에는

예전에 초가집을 덮을 때 사용했던 새('띠'의 제주어)를 생산하던 곳이었으나

주민들이 나무를 심으면서 울창한 숲은 '생명의 숲'으로 지정되었다.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생명상)을 수상했다.

는 안내글이 보인다.



오름을 안내하는 개님인가?

사진 속으로 들어오더니 정상까지 올라갈 기세다.

계단을 오르고 오름둘레길까지 우리 뒤를 졸졸 따라 올라오는 개님

저지오름의 안내견으로...




저지오름은

분화구를 중심으로 사면이 가파르면서 둥근산체를 이루고 있다.

오름 전사면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삼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예덕나무, 보리수나무, 복분자딸기, 자금우 등

잡목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울창한 자연림으로

오름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 계속 이어진다.




단단하게 보이는 현무암으로 만든 돌계단

활엽수림 아래에는 자금우, 관중, 도깨비고비 등이 군락을 이루고

탐방로에는 친환경 매트가 깔려 있어 등산화에 닿는 푹신함은

길 위 여행자들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숲은 누구에게나 쉼터이면서 힐링으로 마음을 치유해준다.

하지만 오랜 가뭄은 모든 것들을 메마르게 한다.

6월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초록세상을 꿈꾸는 아름다운 숲 올레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탱해간다.


잎 사이로 나온 꽃줄기에 하얀 잔꽃들이 빽빽하게 달려있는

'차전자'라 불리는 질경이는 생명력이 질긴 듯

돌계단에 뿌리를 내려 힘겹게 살아가고

바위틈에는 진녹색 잎이 시원하게 펼쳐진

날카로운 거치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관엽식물 '봉의꼬리'

계란후라이를 한 '개망초'는 바람에 흔들린다.


[질경이]


[봉의꼬리]


[개망초]


[작살나무]


[뱀딸기]



기이한 모습의 생달나무가 잠시 길을 멈추게 한다.


[전망대]








360도 정상 전망대

북경~독도~서울~한라산의 거리를 표시한 방향표지판이 이색적이다.

시야가 흐려 한라산의 모습은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한라산을 중심으로 금악오름~당오름~산방산으로 이어지는 오름군락의 파노라마

고산 앞바다와 비양도까지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갖는 꿀맛같은 간식시간

우리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사이

주말도 반납한 경찰청 사람들이

등산로 범죄예방 수칙에 대해 열심히 홍보를 하신다.


-야간산행은 등산객이 적고 어두워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호루라기를 소지하면 범죄나 조난시 도움을 받기가 쉽습니다.

-정해진 등산로가 아니면 길을 잃거나 다칠 가능성이 높고,

긴급신고를 하더라도 수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2인 이상 산행은 긴급상황에도 서로 도와줄 수 있어 안전합니다.









등줄기따라 흘러내렸던 땀은 내려오는 동안 말라버렸다.

오름에 터를 잡은 갯기름나물(방풍)의 무성한 잎은 바다가 그리운지 하늘을 향하고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의 오므린 봉오리는 금방 터질 듯 하고

가시가 돋보이는 색감이 화려한 가시엉겅퀴는 오후의 햇살에 눈부시다.


[갯기름나물(방풍)]


[산수국]


[가시엉겅퀴]




윗쪽 들녘이라는 뜻의 제주방언 '웃뜨르'

오름과 숲, 그리고 마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저지마을

마을 한복판에 수호신처럼 자리한 저지오름 주위로 작은 마을들이 모여 있다.

옛날 생활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숲의 주는 초록의 생명력은

매력있는 오름으로 올레꾼들을 맞이한다.


둘레길을 내려오는 동안 말끔하게 정돈된 숲길은

'생명의 숲' 이라는 상징에 맞게 

마을사람들이 오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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