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를 품은 '영아리오름'(2017.5.7.일)
5월 산행은 마보기~영아리오름을 택했다.
목장 입구를 지나 오른쪽 농로를 따라 가다보면
마보기 기슭에 이르는데
북서쪽에 민틋한 두개의 봉우리가 동서로 나란히 마주하고 있고
두 봉우리 사이에는 남북으로 터진 굼부리가 있는 야트막한 오름이다.
영아리오름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또는
남쪽에서 마파람이 불어 오는 곳이라 해서 '마보기'라 부른다.
표고 559.7m로 원추형 형태를 하고 있고
정상까지는 5분 정도 소요된다.
[고사리]
사거리가 선명한 촐왓(목초지)에는
억새 사이로, 가시덤불 속으로, 촐왓 위로 주먹 쥔 꼼짝꼼짝 고사리는
고사리 수만큼 허리를 굽히고 1시간이 휠씬 지나도록 촐왓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영아리오름이 보이는 삼나무길 방향을 확인하고
고사리꺾기에 열중하는 님들 모습...
노동의 댓가로 먹는 간식은 꿀맛이다.
흑자색 둥근 상동나무 열매
아직은 설익어 제대로운 맛은 느낄 수 없지만
그래도 상동열매의 상큼함이 느껴진다.
[상동나무]
[청미래덩굴]
[보리수나무]
남북으로 완만하게 누워 있는 영아리오름은
등성이로 이어지는 봉우리와 북사면은 가파른 편이지만
서쪽으로 향한 굼부리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빽빽이 조림되어 있다.
삼나무 아래에는 숲의 나무 밑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사약으로 사용되었던 천남성이 군락을 이루며 넓은 잎을 시원스레 펄쳐든다.
뱀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 같아 '사두초' 라 불리기도 한다.
[천남성]
[큰천남성]
[새우란]
[개감수]
[습지]
[팥배나무]
[바위수국]
[바위채송화]
정글속에 있는 듯 자연림이 울창한 숲은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는 상산나무의 상큼함으로 머리가 맑아진다.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있는 틈을 지나고 바위를 타고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이 위태해 보이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합니다'라고 씌어져 있다.
오름 능선은 뜻밖의 선물을 안겨준다.
서귀포 범섬, 산방산을 비롯한 오름 군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골른오름(소병악)~여진머리(대병악)~믜오름
군산~다래오름(월라봉)~송악산~산방산~단산~모슬봉
으로 이어지는 오름능선의 아름다움을 두고
내려갈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신령스럽다는 영아리오름은 안덕면 상천리에 위치한
표고 693m로 말굽형 형태를 하고 있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용이 누운 형체인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영아리로 와전되었다는 설과
신령스런 산으로 풀이하는 설 두가지가 있지만
후자에 비중을 두고 있고
신령스런 산이란 뜻의 영산(靈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한자로는 영아리악(靈阿利岳)이라 한다.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8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진다.
영아리의 분신처럼 거대한 돌들이 무더기로 놓여져 있고
녹색의 광활한 광야는 영아리를 수호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영아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어오름, 서쪽으로 하늬보기, 남쪽으로 마보기, 북쪽으로 이돈이가
영아리오름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호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신령스런 산 '영산(靈山)'이라 풀이하는 듯 하다.
정상에 위치한 쌍바위와 높이 5m의 거석,
그리고 정상의 돌무더기는
영아리오름의 수호신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빛바랜 제비꽃과 녹색의 줄사철은 동무가 되어 거석 위를 지켜주고
쌍바위(병아리바위)는 다정한 모습으로
영아리의 버팀목이 되어 그 어떤 오름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은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얼굴이다.
오름 정상에는 봄꽃들이
작은 바람에 흔들거리며 잠시 쉬어가라 한다.
[뽀리뱅이]
[미나리아재비]
[솜방망이]
[선씀바귀]
[구슬붕이]
[큰구슬붕이]
습지를 품은 영아리오름
신비로움과 반영의 아름다운 환상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편안한 내리막길을 택하고 습지로 향한다.
[습지]
반영이 아름다운 습지와
연두~연초록~초록~청록의 살아있는 생명의 숲은
습지를 품은 영아리오름을 신령스럽게 만드는 묘한 매력에 푹 빠졌다.
[궤]
물이 있고 산 속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잇점은
제주의 어둡고 마음 아팠던 시절에 숨어서 지냈던 '궤'이다.
굴 속은 20~30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다시 시작된 고사리꺾기...
고사리꺾기는 마보기 기슭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쳐버려
일행들과 잠시 헤어지는 불상사가...
목장길 대신 수직의 정원 삼나무길의 사열을 받으며 내려오니
핀크스골프장 곁의 마보기오름 입구로 나왔다.
점심때가 한참 지났지만
고사리를 등짐한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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