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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큰노꼬메 '상잣질'

by 고니62 2018. 4. 2.

큰노꼬메 '상잣질'(2018.4.1.일)


봄을 여는 봄꽃들의 향연

말이 흔적을 남기고 간 목장 한 켠

솜털 보송보송한 고사리가 주먹 쥐고 일찍 세상구경 나왔다.

진자주빛 곱디 고운 '가는잎할미꽃'은 따사로운 봄햇살이 눈부신지

하얀 털옷을 입은 채 기지개를 켠다.

꼿꼿한 매혹적인 자태에 꼬부랑 할머니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가는잎할미꽃]


[고사리]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큰노꼬메는

말굽형 형태를 한 높이 833.8m로 커다란 몸집이나 위용으로 볼 때

서부 오름을 대표할 수 있는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오름에 사슴이 살았음에 연유하여 '녹고악(鹿古岳, 鹿高岳)',

사슴과 개의 형국에 비유하여 '녹구악(鹿狗岳)'이라고도 한다.

일찍이 '놉고메'로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노꼬메'라 불리운다.

전형적인 이등변삼각형의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과

이웃한 다정다감한 족은노꼬메는 정답게 마주 앉아 있어서 '형제오름'이라고도 부르고

멀리서 보면 오름 모양새나 형체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모습이

하나의 오름으로 착각이 든다.





[때죽나무]


아직 초록잎을 만들기 전이라 숲은 조용한 듯 하지만

등산로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봄의 화신들~

바닥을 하앟게 수놓으며 일찍 봄을 알렸던 봄의 전령사 변산아씨 '변산바람꽃'은

흔적을 남기고 봄바람 타고 떠나버렸지만

하얀 속살을 드러낸 '꿩의바람꽃'이 그 뒤를 이어가고

옆을 향해 피는 화려한 여름 꽃 '말나리'

흰가루를 덮어 쓴 지장보살 '풀솜대'도 고개를 든다.



[꿩의바람꽃]


[말나리]


[풀솜대]


가파른 언덕길, 숨이 차 오르고 걷다 쉬기를 여러 번

깔딱고개 중간에 쉼터가 반갑게 기다려준다.

어느 덧 깔딱고개의 마지막

하산하시는 아줌마의 하얀거짓말, 정상에 다 왔다고 토닥거려 주신다.



숲길을 벗어나 소나무림을 지나 등성마루에 오르면

부드러운 능선의 한라산과 대평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남쪽과 북쪽의 봉긋한 두개의 봉우리는 평평한 등성이로 이어지고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 듯 등성마루의 가파른 경사는 환상의 길로 안내한다.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온 겹겹이 이어지는 오름군락, 희미한 한라산이 아쉽지만

 열두폭 병풍에 수채화를 그려내듯 마법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어이쿠!

밟힐랴 비켜가는 내 발걸음...

등산로 가까이에 수줍은 새색시 '각시붓꽃'이 색바랜 모습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고

소박하고 순진무구한 생명력 강한 하얀 '남산제비꽃'

정상에는 바짝 엎드린 채 봄처녀 '산자고'도 봄을 노래한다.


[각시붓꽃]


[남산제비꽃]


[산자고]


[굼부리]


북서쪽으로 커다란 말굽형 굼부리 안에는

자연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접근이 어려워 보인다.


[정상]


표지석에는 해발 833.8m라 씌여 있고

정상의 360도 전망대지만 미세먼지로 동서남북이 뿌옇다. 

바다쪽으로 희미하게 드러난 비양도와 가까이는 이웃한 바리메와 족은바리메의 다정한 모습

멀리 산방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부지역 오름군락의 파노라마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평원의 웅장함까지

짧은 시간동안 담기에는 너무 벅차 한참을 머무른다.


끝없이 이어지는 직각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내려 상잣질로 향한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쑥쑥 자라 쑥대낭'

하늘로 향한 삼나무 수직정원이 내뿜는 상쾌함

걸을 때 마다 봄을 밟는 기분좋은 소리

편안하게 걷는 삼나무길에서 행복담은 웃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상잣질]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중산간 해발 150~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되는데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얼어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수암, 소길, 장전공동목장이 속해있는 5소장은

말굽형 모양인 노꼬메오름 주변으로 상잣성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많이 무너져

오름~목장탐방로를 조성하여 아름다운 제주목장과 중산간의 목축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잣질을 조성하였다.




어긋난 주름진 연초록 잎이 아름다운 '박새'

이렇게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진실 독초라는 사실을 알까?

언 땅을 뚫고 나왔던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황금 꽃길을 만들어주고

긴긴 겨울 진초록잎이 아름다운 '산쪽풀'도 쪽빛바다를 이룬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상큼한 상산나무 아래에는

보송보송 털옷을 입고 봄나들이 나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종달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현호색'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다.


[세복수초]


[산쪽풀]




[새끼노루귀]



[현호색]


상잣질에도 봄이 활짝~

이상고온에 한꺼번에 봄꽃들이 정신없이 고개를 내민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당당한 모습의 '개구리발톱'

하늘을 수놓던 은하수가 땅 위로 살포시 내려와 바닥을 수놓는 '큰개별꽃'

제주가 자람터라는 낮은 지대 습기가 있는 그늘을 좋아하는 작은 꽃 '벌깨냉이'

작지만 품위 있는 모습이 별을 닮은 노란꽃 '중의무릇'이 봄을 노래하고

골짜기의 황금이랑 잘 어울리는 앙증맞은 모습의 '흰괭이눈'

고양이 눈을 닮아 붙여진 '산괭이눈'

유독식물 별사탕 꽃 '개감수'도 꽃잎을 활짝 열고

사약으로 사용했던 천남성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자주빛깔 쥐방울 '개족도리풀'이 또 다른 설레임으로

한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다.


[개구리발톱]


[큰개별꽃]


[벌깨냉이]


[중의무릇]


[흰괭이눈]


[산괭이눈]


[개감수]


[천남성]


[개족도리풀]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빛깔

시간이 멈춰버린 듯 가던 길도 되돌아오게 하고

봄꽃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합창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게 한다.


뺨에 닿는 봄바람, 숨 쉴때 마다 느껴지는 상쾌함,

조용한 숲길에 코에 닿는 은은한 향기와 흩날리는 하얀꽃잎의 올벚나무가 길을 막았다.

잎보다 꽃이 다른 벚나무들보다 먼저 핀다는 '올벚나무'

항아리를 닮은 화통이 암술을 감싸고 있다.


[올벚나무]



내려오는 길에 장전리 왕벚꽃길을 걸었다.

봄을 수놓는 화려한 왕벚꽃의 향연

제주의 4월은 봄바람 휘날리며 하늘을 가득 메운 꽃터널

왕벚꽃 물결이 시작되었다.

벚꽃의 왕 '왕벚나무'

하얀구름을 뒤집어 쓴 흐드러지게 핀 왕벚꽃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잠시 머문 찰나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지만

짧은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어느 곳에서나 눈에 띄는 크고 화려한 이름 모를 원예종들이

활기를 치며 도로를 잠식해버리지만

자그마한 몸집이 너무 사랑스러워 가슴 설레게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더 아름다운 작은 들꽃들은

이름을 불러주면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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