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식물 '대흥란'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여름 숲
햇빛과의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몸무림은
키 작은 식물들이 살아가기엔 무척이나 버겁기만 하다.
나뭇잎을 만들기 전에 숲 속을 수 놓았던 아름답고 화려한 봄꽃 대신에
오래된 여름 숲에는 나뭇잎이 쌓여 만들어진 부엽토에 뿌리를 내려
그 속에 남아 있는 양분을 먹고 살아가는 부생식물 무리들이 있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7월의 숲 속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곧음과 푸르름의 상징 '소나무' 아래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사리류들이 자람터가 되어 살맛나는 세상을 만났다.
묵은 솔잎 위로 홍자색에 흰테를 두르고 얼굴을 내민 한무리의 '대흥란'
제주도 대흥란이 유독 예쁘다던데...
그 주변으로 한 해도 거르는 일 없이 기다려준다.
도심 한복판이 자람터가 되어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모른체..
소나무 산책길을 따라 걷다 걸음이 멈춰 선 곳
시멘트 길 옆으로 무리지어 핀 대흥란의 도도함에 흠뻑 빠졌다.
대흥란은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하는 부생식물이다.
해안가 습하고 소나무가 많은 곳,
햇볕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숲 속 부엽질이 많아 푹신한 곳,
낙엽이 쌓이고 습기가 많은 숲 가장자리가 자람터다.
대흥사 부근에서 처음 발견되어 '대흥란'이란 이름이 붙여져
대흥란의 자생지는 전남 해남으로 알려졌지만
자생지의 환경변화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듯 하다.
제주에서는 해안가 소나무 숲이나
낙엽이 많이 쌓인 중산간의 오래된 숲 속과 곶자왈
특히 소나무 숲에서 많이 보인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대흥란의 크기는 높이 15~20cm,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잎은 퇴화되어 없어졌고
마디를 싸고 있는 초상엽을 가지고 있다.
꽃대는 근경 끝에서 나와 곧추서고 다소의 털이 보이고
줄기 위쪽으로 2~6개의 꽃이 핀다.
7~8월에 피는 꽃은
홍자색을 띠고 중앙에는 짙은 자색 선이 있으며,
입술모양의 긴 타원형의 꽃잎은 꽃받침보다 짧고 끝은 잔물결 모양을 하고 있다.
순백색 대흥란도 있지만 아직 만나질 못했다.
열매는 9~10월경에 긴 타원형으로 달린다.
다시 시작된 7월 장마...
산책로 주변으로 무성한 풀들을 베어낸 흔적
'그 흔적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길게 자란 풀 숲에 숨어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잠시...
장맛비에 흠뻑 젖은 채 우아함을 잃지 않고 도도한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정말 반갑다, 대흥란아..."
어두운 숲 속에서 습기와 모기와의 한바탕 전쟁이 끝날 쯤
대흥란과의 만남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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