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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해녀 삶을 닮은 '해녀콩'

by 고니62 2018. 7. 20.

해녀 삶을 닮은 '해녀콩'


지금쯤이면 피었을까?

물살을 가르는 '비양도 천년호'는 비양포구에 정박을 한다.

노랗게 물들였던 펄랑못에는 

바다바라기 '암대극'이 강풍을 동반한 장맛비에 실한 열매까지 날려버렸지만

검은 현무암 돌밭 위로 연분홍 속살을 내밀고

한껏 꽃단장 한 해녀콩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아름답지만 슬픈 전설을 간직한 '해녀콩'

해녀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지면

이 콩을 한 됫박 먹고 아이를 지웠다는 데서 유래된 '해녀콩'

듣기만 해도 짠한데 해녀콩의 전설의 진실을 알고 나면

연분홍 꽃색깔마저 애틋하게 느껴진다.


[차귀도]


[다려도]


[토끼섬]




해녀콩은 콩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바닷가에 드물게 보이는데 제주에서는 비양도, 차귀도, 다려도,

토끼섬 일원에서 볼 수 있다.





커다란 녹색의 잎은 3출엽으로

질이 두껍고 도란상 원형이거나 거의 원형으로

뒤쪽 2개의 꽃받침 잎은

아래쪽 것보다 훨씬 크고 넓은 모습이 칡 잎과 구별된다.





7~8월에 피는 연한 홍자색 꽃은

총상꽃차례로 각 마디에 2~3개씩 달리고

작두콩과 달리 꼬투리는 편평한 긴 타원형으로 2개의 능선이 보인다.






타원형의 종자는 갈색이다.



[종자]


해녀콩은 사료용으로 이용하지만

해녀들에게는 콩을 삶아서 낙태용으로 사용했다.





제주 해녀들의 고달프고 아픈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해녀콩'

생명을 건 삶의 터전 시퍼런 제주 바다

저승길이 멀다고 하지만 차디찬 바닷 속 물길만 할까?

뜨거운 한여름 더위와 바닷가 척박한 땅에서 잘 견뎌내는

강인한 생명력은 제주 해녀들의 삶을 닮았다.





바닷가 해녀콩이 피어날 무렵

물질하는 해녀들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깊은 숨을 몰아 쉰다.

잡아먹힐 듯 거친 파도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호오이 호오이'

바다로 퍼지는 숨비소리, 무심하게도 쪽빛 바다는 다시 거친 파도를 만들어낸다.

숨비소리 한 번 길게 내고 거친 파도 속으로 자맥질은 계속된다.






숨 하나로 바다를 누비는 해녀들의 거친 삶과 꿈을

바다는 알고 있을까?

해녀콩의 꽃말은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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