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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가을의 길목

by 고니62 2018. 9. 5.

가을의 길목(2018.9.4.화)


긴 여름의 끝자락

강풍과 폭우가 지나간 숲 속은 아수라장이다.

부러진 나뭇가지, 봄과 여름의 흔적을 남긴 열매들은 이리저리 뒹글고

그 속에서 숲 속의 요정 버섯들은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숲 길에 널브러진 나뭇잎의 풋풋한 향기를 맡으며

따뜻한 웃음으로 아침의 문을 연다.





[이나무]


생명을 품은 신비의 숲

산간에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결국 휴양림 출입이 통제되어 아쉽게 발길을 돌린지 일주일...

갓 올라왔던 수정난풀은 열흘을 훌쩍 넘겼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힘겹게 자리를 지킨다.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작은 들꽃들

누가 돌보지 않아도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들꽃들은

이름을 불러주면 환한 모습으로 다가와준다.







[수정난풀]


여름 숲 속은 버섯들의 천국이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 사이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때마다 살짝 들어오는 햇살

그림자를 드리우다 햇살을 받으면

쑥쑥 자라는 버섯들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로 유혹한다.


갓 위에 있는 흰가시 돌기가 이름을 말해주는 '흰가시광대버섯'

백색의 버섯은 눈사람 같기도 하고 골프공 모양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외형이 닭다리를 닮아 '닭다리버섯'이라는 이명도 갖고 있다.


[흰가시광대버섯]


[싸리버섯]


산간에 내린 집중호우로

숲 속 요정들은 살맛나는 세상을 만났다.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달걀버섯은

한 발짝 내딛기를 포기하고 아예 주저앉게 만들어버린다.

계절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만

야생의 버섯은 식용버섯이든 독버섯이든

질서를 지키며 생태계의 정직한 분해자로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낸다.




여름과 가을 사이 활엽수 주변에서 달걀버섯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 자란 달걀버섯보다 갓 태어나는 달걀모양 백색의 알에 싸여 있는 모습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백색의 주머니 속에서 달걀모양의 어린버섯이 솟아오르는 모습]




[갓 둘레에 방사성 줄이 있는 모습]



[달걀버섯]


성장하면서 갓과 대가 나타나고

겉모양이 워낙 아름답고 화려해서 당연 독버섯이라 생각하지만 식용버섯이다.

로마시대에는 매우 귀한 대접을 받은 고급 버섯이라 그런지

'제왕(帝王)버섯' 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대 로마시대 네로 황제에게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그 무게를 달아 같은 양의 황금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출처 : 야생버섯백과사전-푸른행복]




비온 뒤 흐르는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찬 숲 속 여름의 합창제가 열린 듯

녹음 속에 묻혔던 여름색을 끄집어낸다.


[사철란]


[고사리삼]


[뱀톱]


바람이 머무는 세월의 숲

조금은 느려도 천천히 가다보면

지나가던 바람도 멈춰 서고 서늘한 바람은 가을로 초대를 한다.




[애기천마]




[한라천마]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선 곳

숲은 모자란 부분을 넉넉함으로 채워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가 되어준다.

아름답게 기억될 숲이 주는 상큼함에 걸음을 늦추고

숲을 담지는 못했지만 작은 생명이 갖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엿보았다.

긴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매미우는 소리가 더욱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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