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등심붓꽃’
들꽃이야기9
◆ 붓꽃과 / 여러해살이풀
◆ 학명 :
◆ 꽃말 : 기쁜소식
어린시절 건빵 속에 숨었던 별사탕을 찾던 또렷한 기억이 있습니다.
오월이 왔는데도 건빵 속의 별사탕 '등심붓꽃'은 꼭꼭 숨어 나랑 숨박꼭질을 하자고 합니다.
'오늘은 내게 기쁜 소식을 안겨주겠지~'
내심 행운이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름을 오릅니다.
오월의 햇살도, 파란 하늘도, 뺨을 스치는 봄 바람도 서로를 위해주는 기분 좋은 산행길입니다.
오름 정상을 오르고 내려오는 막다른 길 모퉁이에 청자색 고운 모습으로 햇살에 반짝이는 아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올 들어 처음 만난 기쁨에 내가 먼저 이 아이에게 예쁜 짓을 해봅니다.
"안녕, 반가워~ 널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북아메리카가
별사탕 모양의 앙증맞은 이 아이는 붓꽃과이지만 붓꽃같지가 않습니다.
붓꽃 중에 꽃봉오리가 제일 작아서 선비들이 작은 글씨를 쓸 때 사용했던 '세필붓'을 닮았는데, 작지만 쓰임새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꽃이 필 때 등불의 심지를 닮았다고 해서 '등심붓꽃'이라 합니다.
백자색, 연보라, 청자색의 작고 고운 이 아이들은 잔털로 둘러싸인 별사탕 노랑주머니 속에 암술 1개와 수술 3개를 꼭꼭 숨겨둡니다.
이 작은 아이들도 노랑주머니 속으로 벌과 나비를 끌어 모아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겠지요.
꽃이 지고 난 후에는 또르르 굴러갈 것 같은 앙증맞게 달린 조그마한 구슬모양의 씨방이 봄바람에 구슬 부딪히는 소리가 저 들판 너머로 퍼져나갑니다.
짙어가는 녹음 속에 다른 들꽃들이 피기 전에 아름답게 별무리지어 얼른 피어 한껏 사랑을 받은 별사탕 '등심붓꽃'은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에 훌쩍 떠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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