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길따라

추억의 숲길

by 고니62 2019. 6. 4.

추억의 숲길(2019.6.2.일)


선조들의 멋과 추억이 서려 있는 '추억의 숲길'

서홍동 숲길과 한라산 둘레길인 동백길의 편백나무숲을 거쳐

검은오름을 되돌아오는 총 11km구간으로

서홍동 '추억의 숲길'은 한라산 해발 450~800m의 국유림 지대에 위치한

서홍동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의 현장이다.

과거 서홍동 주민들이 다녔던 한라산 옛길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면서

시민의 건강증진과 역사문화 학습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2012년도에 추억의 숲길을 조성했다.



[겨울딸기]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산딸나무'는  

하얀나비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 초록으로 짙어가는

어두운 숲 속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숲길로 안내한다.

숲 속을 들어서자 연초록으로 둘러싼 쉼터가 반겨주고

바닥에는 검붉게 익어가는 버찌(벚나무 열매)가 널브러져 있고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겨울딸기의 초록잎과

나무마다 예쁜 이름표를 달고 있는 모습에 시선이 멈춘다.


[돌담]


조선시대 관영목장의 울타리 돌담을 제주에서는 잣성이라 하는데

해발 350~450m 일대의 잣성을 '중잣성'이라 부른다.

우마(牛馬)의 목장을 경계하는 '잣담'이라 하기도 한다.

돌담도 우마를 관리했던 서홍동 마을의 공동목장 경계의 담으로

옛선인들의 숨결과 얼이 살아 있는 돌담은 자연스런 멋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완만한 경사의 숲길에는

선풍기 날개 모양을 닮은 '마삭줄'의 은은한 향기

소녀의 때묻지 않은 모습처럼 다소곳이 땅을 향해 피어있는 하얀꽃 '때죽나무'는

바닥과 돌담 위로 수북이 쌓여 사진 속 모델이 되어준다.


[말방아(연자방아)]


말방아는 곡식을 찧는데 사용하던 연자방아로 제주에서는 '말방아'라 부른다.

말이나 소를 이용하여 웃돌을 돌려가면서 곡물을 찧어 탈곡하거나

가루를 내었는데 사람이 직접 돌리기도 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 제주에서는 이런 말방아가 마을 곳곳에 있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는 몰고레, 몰고랑으로 불리었고

판판한 알돌과 둥근 웃돌로 만들었다.


[옛 집터]


[통시(뒷간)]


통시는 제주에서 변소와 돼지막(돗통)이 함께 조성된 뒷간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주거문화의 요소 중 하나로

마당에서는 직접 보이지 않도록 전통가옥의 한 쪽 옆을 돌아 위치한다.

통시는 음식물 찌꺼기를 처리하고,

농사에 사용되는 유기질 퇴비인 '돗거름'을 생산하는 공간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쑥쑥 자라 쑥대낭(삼나무)

오래된 삼나무는 추억의 숲길로 안내하고

어두컴컴한 숲 속은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에 깜짝 놀라게 한다.



[큰천남성]


삼나무 아래에는 '큰천남성'이 군락을 이루고

참나무, 동백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상록수와 낙엽수들이 자생하며 울창한 숲을 이루고

묘한 매력의 이름모를 버섯들과 동물, 곤충 등도 같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습하고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수북이 쌓인 낙엽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백마의 머리를 닮은 '나도수정초'

잎이 없는 칼집 모양의 초상엽을 가진 부생식물 '무엽란'

숲 속의 요정 '부생식물'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간다.



[나도수정초]



[무엽란]



[제주무엽란]


[난버섯]



[개족도리풀]


[윤판나물아재비]


[뱀톱]



[사농바치 터]


사농바치는 사냥꾼의 제주도 방언이다.

예전에 많은 사냥꾼들이 한라산 숲길을 오고 가면서

사냥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공동 쉼터로

오랜 세월 속에 원형은 변형되었지만

제주의 거센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사농바치터에서

옛 선조들의 실용적인 삶을 살았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서홍동 '추억의 숲길'에는

옛 집터, 말방아, 통시(뒷간), 돌담, 사농바치(사냥꾼)터,

돌담을 네모 형태의 우리로 쌓아 만든 목축지 등 생활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의 바닥은 바짝 말라버렸다.

네 갈래길은

한라산 둘레길인 동백길로 이어지는 길과

삼나무군락지~편백나무 군락지~검은오름으로 이어지는 원형의 길(1.8km)로

삼나무군락지 방향으로 직진한다.









숲 속은 짙은 녹음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시원한 공기

간간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작은 바람,

강약을 조절하는 듯 새들의 노랫소리마저 기분좋게 한다.


[편백나무 군락지]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 수직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올라 숲 속을 찾는 이방인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다.

피톤치드가 풍부한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짙은 나무향은

지친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맑은 공기와 삼림욕으로 심신의 안정을 취하며 잠시 쉬어간다.


편백나무는

측백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일본 원산이다.

노송나무라고도 불리는 편백나무는 40m까지 자라고, 마른땅에서도 잘 자란다.

비늘모양의 잎은 2장씩 마주보고 4장씩 모여 달리는데 잎 아래쪽에 Y자형 흰색 무늬가 있다.

4월 한 그루의 가지 끝에서 공처럼 생긴 암꽃과 타원형의 많은 수꽃이 핀다.

가구용 목재로 널리 사용되고 관상수로 심고

꽃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다.


[큰천남성]




[때죽나무]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때죽나무 꽃길

소녀의 때묻지 않은 모습처럼 땅에 떨어진 하얀꽃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제주 길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라 '칼다리 내'  (0) 2019.06.14
키 작은 섬 '가파도'  (0) 2019.06.09
바다정원 '마라도'  (0) 2019.04.30
사계 '설쿰바당'  (0) 2019.04.21
갯가정원 '대섬'  (0) 201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