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름 나들이

습지를 품은 '원당봉'

by 고니62 2021. 8. 17.

습지를 품은 '원당봉'(2021.8.10. 화)

 

밭담이 아름다운 '진드르(넓은 들판)' 

곧게 뻗은 도로는 마치 고속도로를 연상케 한다.

가을소풍 장소였던 원당봉으로 가는 길은 초등학생에겐 멀고 버거웠지만 

빨갛게 익어가는 볼레낭과 멩기낭 앞에서는 힘든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따먹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진드르의 여름 풍경은 사라졌지만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원당봉으로 가는 길은 늘 설렌다.

 

[신촌 닭머루에서 바라본 '원당봉']

원당봉으로 향하는 진입로에는 

불탑사 오층석탑, 불탑사(조계종), 원당사(태고종), 문강사(천태종) 

굵직한 서로 다른 3곳의 절이 모여 안내를 한다.

 

[원당봉으로 가는 진입로]

'애절한 기황후의 역사가 깃든 원당봉이 가진 특별함' 

일곱 개의 봉우리, 분화구 연못, 세 곳의 사찰, 오층 석탑 등 

강한 생명력이 서린 상서로운 '원당봉'은 

원나라 기황후(고려 출신)가 왕자를 얻기 위해 

북두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三疊七峰)을 이루는 오름 중턱에 원나라의 당인 

원당(元堂)과 석탑을 축조하고 불공을 드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당사]

조용하지만 멋스러움을 담은 불탑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전과 해수관세음보살상이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맞이한다.

 

[불탑사]

불탑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 관음사의 말사로 

불탑사의 원찰인 원당사(元堂寺)는 하원동 법화사, 외도동 수정사와  함께 

고려시대 제주도의 3대 사찰이기도 하였다.

고려 충렬왕 26년에 창건된 불탑사(당시 사찰명은 원당사)는

조선 효종 4년까지 존속하다가 숙종 28년 배불정책에 의해 훼손되었으나 

석탑만은 원래의 모습 그대로 현존하고 있다.

 

[불탑사 오층석탑]

불탑사에 보존되어 있는 오층 석탑은

제주도 유일의 고려시대 석탑이며, 국내 유일의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석탑으로 

1993년 11월 보물 제1187호로 지정되었다.

 

[전망대]

오름 중턱으로 둘레길이 나 있다.

전망대에서는 이웃마을인 신촌, 제주시내와 화북포구, 별도봉, 제주항까지

탁 트인 멋진 전망을 드러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

원당봉은 삼양1동과 조천읍 신촌리에 걸쳐 있는 오름으로

높이는 170.7m(비고 120m)로 주봉의 원형 굼부리는 말굽형으로 북쪽이 트였다.

분화구 내부는 과거 습지였는데 지금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오름 중턱에 원나라의 당인 원당(元堂)이 있어서 원당봉, 

조선시대 때 원당 봉수가 세워진 데서 망오름, 삼양동에 있어서 삼양봉, 

3개의 능선과 7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 원당칠봉(삼첩칠봉)이라고도 한다.

주봉(원당봉)을 중심으로 북쪽에 망오름, 동쪽에 도산오름, 

서쪽으로 앞오름, 남서쪽에는 펜안오름이 있고 

주봉과 망오름 사이에 동나부기, 서나부기로 구성되어 있다.

 

[정상의 정자]

원당봉 둘레길 능선을 따라 도착한 정상에는 

삼양1동 마을에서 새해맞이 축제가 이루어지는 이곳에 

정인수 시인의 '원당봉에서 부르는 새천년의 노래' 시비가 세워져 있다.

 

[경방초소]

호젓한 오솔길에는 

풋풋한 풀내음과 솔향기, 그리고 여름 들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미국자리공]
[사위질빵]
[이삭여뀌]
[며느리밑씻개]
[이질풀]
[좀닭의장풀]
[둥근잎미국나팔꽃]
[계요등]
[가을강아지풀과 붉은강아지풀]
[전망대]
[원당봉수대 터]

조선시대 위급을 알리던 원당봉수대 

도내에는 25개의 봉수대와 38개의 연대 등 모두 63개소가 설치되어 

유사시의 통신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곳에서는 동쪽으로 서산(西山)봉수대, 서쪽으로 사라봉수대와 교신하였다.

평시에는 한 번, 적선이 나타나면 두 번, 해안에 접근하면 세 번,

상륙 또는 해상 접전하면 네 번, 상륙 접전하면 다섯 번 봉화를 올렸다.

(실제 봉수대는 원당봉 서쪽의 망오름에 있었다고 한다.)

 

[산책로]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산책로의 끝에는 

원당봉 분화구 습지에 '문강사'와 '마을제사터'를 만나게 된다.

 

[원당봉 제사터]

삼첩칠봉인 원당봉에서 가장 영험하다고 알려진 장소로 

문강사 연못 북쪽에는 사각형으로 돌담을 두른 원당봉 제사터가 있다.

('원당봉제단수리비'가 음각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월 1일 새해 해돋이 행사에 앞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가 행해지고 있다.

 

[원당봉 분화구와 문강사]

이곳은 거북못(龜池)이라 하며 거북과 자라 등이 살았다고 한다.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예부터 이곳이

기우제 장소이며 산신 기도처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름의 분화구(습지)는 예전에는 논밭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연꽃]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는 연꽃이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연꽃은 수련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물풀로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지만 수면 위로 피어난 꽃은

결코 물에 젖는 일도 더럽혀지는 일 없이 깨끗함을 잃지 않는

도도함 속에 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름꽃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상징이 되는 '진리의 꽃'이기도 하다.

 

[분화구 '거북못']

분화구 주변에는 여름꽃들이 절정으로 향한다.

작은 공처럼 생긴 동그란 봉오리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피어나는 

여름 석 달, 백일을 붉게 핀다는 '배롱나무' 

나뭇잎도, 꽃도, 열매도 아름다운 층을 이룬 '층층나무' 

우리 땅에서 자라는 토종 무화과인 '천선과나무' 

소낙비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는 '부용' 

백반과 함께 짓이겨 손톱에 물들이는 '봉선화'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피고 지며 자신을 알린다.

 

[배롱나무]
[층층나무]
[천선과나무]
[부용]
[봉선화]
[문강사]

길은 먼데 있지 않느니라, 

길이란 언제나 내 발밑 가까운데 있느니라.

<상월원각대조사 설법 중에서>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오름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매를 담은 '금오름'  (0) 2022.03.31
성산일출봉 '일몰'  (0) 2021.10.02
문도지오름 가는 길~  (0) 2021.03.16
바다 위의 궁전 '성산'  (0) 2020.12.14
바람의 정원 '동검은이 오름'  (0)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