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사는 '한라천마'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이지만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여름도 끝자락으로 달린다.
하늘을 가린 어두컴컴한 삼나무 숲
발아래, 끝이 거칠고 예리한 바늘잎 위로 고개 드는 한라천마
찾아드는 발자국은 한라천마의 생태를 모르면 무조건 밟게 된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지만, 내 발자국에 밟혔을까?
숲 속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녹갈색 피부색을 자랑하듯 고귀한 모습
찾기도 힘들지만 담기는 더 힘든 작아도 아주 작은 귀한 존재감
한라천마는 난초과 여러해살이풀로
엽록소가 없는 부생란으로 제주의 숲에서 자라는 희귀란이다.
줄기는 3-15㎝로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해
녹색을 띠지 못하고 연한 노란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색을 지니고 있다.
잎은 줄기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태만 잎이고 뿌리에서 나오거나 지상부로 돌출된 잎은 없다.
땅속줄기는 약간 굵고 길며
뿌리가 지상까지 뻗어 솟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뿌리 안에는 균사가 들어있다.
꽃은 8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여 9월 초까지 볼 수 있는데
일반 난과 식물처럼 화려한 색은 아니지만 줄기 끝에 종모양 녹갈색의 꽃이 1~5개가 핀다.
제주의 숲에서 자라는 한라천마는
천마의 원래 모습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한라천마는 꽃이 피었을 때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녹갈색의 꽃 안을 들여다보면 아주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꽃은 아주 작은데 비해 씨방은 기다란 모습이 특이하게 생겼다.
여름철, 숲 속 자생지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않고 죽은 유기물질의 토양에서 자라는 부생란은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생활하는 난을 말한다.
부생란의 줄기나 꽃의 형태를 보면 잎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일반 난과 식물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부생란의 공통적인 특징은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되면 색이 검게 변하면서 고사하고
다른 유기질이 많은 곳의 특정 바이러스가 있어 공생할 수 있는
주변 습도가 높은 곳에서 서식한다.
작아서 담기도 힘든 '한라천마'
작지만 아주 귀한 제주의 소중한 자원임은 분명하다.
이맘때가 되면 숲을 누비며 이 아이들을 찾는 설렘과 만남이 주는 행복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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