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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유산답사

바람의 축제 '제주칠머리당영등굿'

by 고니62 2016. 3. 24.

바람의 축제 '제주칠머리당영등굿'(2016.3.22.화)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당이 여럿 있는데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여러 당굿 가운데 하나이다.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에서 열리는 굿으로 제주 섬의 영둥굿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다.

당굿은 마을의 성소(聖所)인 당(堂)에서 마을을 보호하는 당신(堂神)에게 기원하는 의례로 당신은 항상 당에 있는 신이지만

영등굿의 기원 대상은 영등신으로 잠깐 방문하였다가 되돌아가는 신이다.

영등달(음력2월)이라는 특정한 시기에 방문한 영등신을 맞이하고 돌려보내면서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라는 점이 특별하다.

영등달에 바람을 몰고 제주를 찾아온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바람의 축제가 영등굿이다.


제주의 영등신앙은 꽃샘추위가 찾아오는 겨울과 봄의 전환점에서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2월 풍속이다.

영등신은 제주도에 찾아온 내방신으로 바람의 신이면서 해신이고 풍농신이다.

제주의 땅과 바다에 바람이 불어와 씨를 키우는 2월의 풍농제다.

제주사람들은 영등신이 떠나게 되면 봄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음력 2월 1일에 영등 환영제(영등 맞이굿)로 시작하여 2월 14일 영등 송별제로 끝을 맺는다.






예전의 제주시 건입동은 작은 어촌으로 산지천의 하구에 있는 포구를 '건들개'라고 불렀다.

건입동 본향당(本鄕堂)이 있는 곳의 지명이 '칠머리'라 '칠머리당'이라 부른다.




칠머리당영등굿의 구성은

초감제~본향듦~공연~요왕맞이~씨드림, 씨점~마을 도액막음~영감놀이~도진 순으로 이루어진다.

하늘에 굿을 시작하게 됨을 고하고(삼석울림), 신당의 문을 연다(궷문열림).

부정을 씻어내고 굿의 시작을 알리는 북, 설쒜(꽹과리), 대양(징)으로 잠시 연주하고

당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궷문열림은 심방이 말로 언급한다.




[초감제]


초감제는 관련되는 모든 신을 굿하는 장소로 청하는 제차이다.

마을의 심방(무당)들이

바람의 여신인 영등 할망과 용왕, 산신령 등 영등신에게 풍작과 풍어를 기원하며 벌이는 굿이다.




[본향듦]


본향당신을 청해 들여 축원하는 과정이다.

본향당신은 남신은 '도원수감찰지방관'이고, 여신은 '요왕해신부인'으로 부부이다.

남편인 '도원수감찰지방관'은 마을 토주관으로

마을 전체의 토지와 주민의 생산 활동, 호적과 장적의 관리 등 생활 전반을 차지해 수호하고

부인 '요왕해신부인'은 어부와 해녀의 생업을 보살피고

 외국에 나가 사는 건입동 출신 신앙민들을 수호해 준다.


심방은 관복차림에서 두루마기를 벗어 군복차림으로 복장을 바꾸고 도랑춤을 춘다.




본향당신이 들어와 좌정하면

상선과 중선대표, 해녀대표 3인을 삼헌관으로 하여 배례를 한다.


[공연]


공연은 신에게 제물을 권하는 제차이다.

차린 제물을 언급하고 떠날 것을 대비하여 이별의 술잔을 권한다.

시루떡을 높이 던져 놀리다 신에게 바치고 장구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며 춤을 춘다.

구경꾼들을 불러모아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가 펼쳐진다.



시루떡을 돌리며 단골에게 인정을 건다.


[요왕맞이]


용왕신이 오가는 길을 치우고 닦아 문을 여는 제차이다.

방광침은 신에게 기원하여 바다에서 죽은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제차이다.

소미가 대양을 들고 서서 사설을 하고 대목마다 대양을 친다.

소미 가운데 으뜸이 되는 분이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보는 이들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







씨드림은 바닷가에 씨를 뿌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어획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례이다.

영등신이 제주를 떠나면서 해안을 한 바퀴 돌면서 해산물의 씨를 풍부하게 뿌린다고 믿는다.



[마을 도액막음(각신받음)]


액맥이는 한 해 동안 마을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게 막는 의미가 있다.

굿의 막바지에 포함되는 제차로 마을의 운수를 점치고 집안 자손들의 운수를 봐준다.





[선왕풀이(영감놀이)]


영감놀이는 남산고을 7형제 영감신(도깨비)을 안으로 청하여

돼지고기, 술, 떡 등으로 대접하고 함께 춤을 추며 궂은 일이 없도록 기원하는 제차이다.


[배방선]


배방선은 제물을 가득 실은 짚배를 바다에 띄워 보내는 것으로

풍어를 기원하며 배가 순조롭게 떠가면 좋게 여긴다.

모든 신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의미의 제차 도진은

신명을 순서대로 언급하면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면서 굿을 마무리한다.


매년 음력 2월이 되면 제주 곳곳에는 영등굿이 열린다.

영등은 바람의 신이라 매섭고 세찬바람을 몰고 오는데

올해는 며느리가 아닌 딸을 데리고 영등할망이 찾아왔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 허름한 옷차림으로 찾아온 영등할망에게 '헛영등이 왔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배를 타고 나가는 일도 금하고 영등할망이 까먹었다고 해서 소라나 보말, 조개 속도 비어 있다.

집안에서는 벌레가 생긴다고 빨래 삶는 일도 하지 말라던 할머니의 애잔한 목소리도 들린다.

제주사람들이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영등굿은 바다에 대한 마을사람의 무한한 존경심이 담겨 있다.

마을의 심방(무당)뿐만 아니라

제주의 어부와 좀녀(해녀), 배를 소유하고 있는 선주들이 영등굿의 주요 후원자들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