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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의 일상

모둠벌초

by 고니62 2016. 9. 5.

모둠벌초(2016.9.4.일)


찜통더위와 폭염으로 연일 이어지던 

뜨거웠던 여름도 물러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접어들었다.

해안동으로 가는 도로는 한산하다.

지난주에 벌초가 많이 행해진 듯

해마다 겪는 좁은길에 일렬주차도, 마주오던 차를 비켜주는 배려도 없다.

이른 시간이라 벌초가는 행렬 또한 보이지 않는다.

가족공동묘지마다 깨끗하게 단장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햇살 아래 가을강아지풀이 길가로 나와

묘지를 찾는 후손들을 제일 먼저 반긴다.

정낭이 놓여진 산담 위로 늦더위를 만끽하는 여름꽃과 가을꽃들은

잠시 뒤에 사정없이 베어져나갈 운명도 모른 채

해맑은 모습으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강아지풀]


[금강아지풀]


[강아지풀]


[박주가리]


[돌동부]


[층층잔대]


[좀닭의장풀]


[단풍마]


[거지덩굴]


[계요등]


[붉은토끼풀]


[이질풀]


[여우팥 꼬투리]


[미국자리공]


[억새]


가을이 시작인 처서가 지나면서 벌초는 시작된다.

조상님들을 모신 묘에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란 풀들은

한가위에 앞서 자손들이 조상의 묘를 깨끗이 벌초를 하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조상들을 잘 섬겨야 자손들이 복을 받고 조상들의 묘를 방치하면 불효라는 생각을 하면서...


벌초는 1년에 봄과 가을에 이루어진다.

한식과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후손들의 정성이다.

제주에서는 '초하루 벌초'라고 해서

음력 8월 1일이 되면 친척들이 모여 문중벌초를 하는 풍습이 있다.

제주를 떠났어도 초하루날이면 바쁜 직장도 휴가를 내어

고향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하게 하는 중요성을 알렸던 것 같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한라산이 감싸 안은 가족공동묘지에는

정해진 날짜에 벌초를 하기 위해 8촌 이내의 친척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여름내내 잡초로 무성한 묘지를 들어서기가 망설여진다.

어른 키 만큼 자란 풀더미 속에 묘지와 비석이 숨어버렸다.







풀벌레들의 천국 풀숲은

인간들의 때아닌 습격에 조용하던 아침은 전쟁이 시작이다.

갑작스런 예초기 소리에 깜짝 놀라 흩어지는 녀석들~

사마귀와 메뚜기, 귀뚜라미는 정신없이 펄쩍 뛰는데 한 녀석은 꼼짝 않고 있다.



잠시 후 너의 운명이 궁금해진다...






제주의 팔월 초하루 벌초~

제주 사람들에게는 조상의 묘에 벌초의 중요성과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후대까지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하였던 아름다운 풍속이다.

지금은 핵가족과 타지에서 지내는 일이 많고,

납골당과 장묘문화의 변화로 

대규모 벌초하는 모습도 많이 줄고 벌초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아름다운 제주의 초하루 벌초는 계속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벌초때가 되면 사건, 사고가 많아진다.

독충과 말벌에 쏘이거나 예초기에 다쳐 응급실을 찾는 일이

뉴스의 한면을 장식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지만

깨끗하게 정돈한 조상님의 묘에 절을 하고 나오는 좁은길이 정겹다.

 하늘을 향한 칡꽃이

'가을 달빛이 좋은 풍성한 한가위가 되라~'

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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