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의 백미 '엘로라 석굴'(2017.1.16. 월)
인도 중서부에 위치한
마하슈트라주 엘로라에 있는 '엘로라 석굴'은
바위산 서쪽 사면에 석굴 34개가 2km에 걸쳐 파여 있다.
남쪽에서 세어 제1 굴에서 제12 굴까지는 불교석굴사원으로 6∼7세기에 개굴 되었고
제29 굴(17곳)까지는 힌두교의 석굴사원,
마지막 5 굴이 자이나교의 석굴사원으로 8∼10세기에 만들어졌다.
당시 인도에는 여러 종교가 조화를 이루며 혼재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형식 또한 하나하나 모두 다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곳에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3개의 종교 석굴이 개굴 된 곳으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그라 역에서 보팔 역까지
7시간의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차 창 밖 풍경은
대낮인데도 뿌연 유리창 때문에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6명이 2층 침대가 있는 한 칸에 탈 수 있었지만
1층은 인도인들이 예약되어 있어 불편한 대로 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열차 안에는 바퀴벌레가 제 집인 듯 드나들고 공기 속에는 인도의 특이한 냄새가 배어있다.
열악한 열차 안의 모습에 제시간에 도착하길 바랄 뿐이다.
저녁 늦게 도착한 보팔에서 늦은 저녁을 하고
다음 날 산치 대탑까지 강행군을 하는 동안 쌓인 피로에 감기가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수면부족과 피로에 지친 몸은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34개 석굴이 함께 조성된
석굴의 백미 엘로라 석굴군을 순례하기 위해 일찍 서둘렀지만
교통혼잡으로 의미 없이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은
점심식사 후 석굴로 이동하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엘로라 석굴이 보이는 그네가 있는 정원에서 현지식과 한식을 곁들인 정원뷔페는
양배추와 오이, 토마토만큼은 푸짐하게 차려졌다.
거베라 너머로 엘로라 석굴이 희미하게 보인다.
엘로라 석굴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로
가로수로 심어진 머리룰 풀어헤친 듯 오래된 반얀나무와 원숭이 무리,
그리고 물건을 팔려는 소년에서 노인까지 귀찮게 따라붙는 바람에 죽을 맛이다.
식당 정원에서 바라보았던 석굴은 바위언덕이 물결치듯
눈앞에 펼쳐지는 석굴의 장엄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옷을 입은 인도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은
석굴과 대조를 이루며 울긋불긋 옷단풍으로 화려함이 돋보인다.
먼저 불교석굴사원부터 순례를 시작했다.
석굴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덧버선을 신고 벗기를 여러 차례...
불교석굴사원의 번호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석굴마다 조각된 상상을 초월한 섬세하고 정교함, 장엄하고 경이로움에
숨이 멎는 듯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석굴사원을 만든 진짜 이유는
1) 오래 지속되고
2) 인건비가 싸서 비용이 적게 들고
3) 조용하면서도 시원하다.
는 현지가이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을 어귀마다 그늘나무인 오래된 팽나무가 있듯이
이곳에는 님나무가 그늘나무가 되어준다.
다른 곳에 비해 인도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이곳이 힌두사원이 있어서일까?
우리가 인도사람들이 달리 보이듯 우리의 모습이 이방인으로 비치는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활짝 웃는 모습에
기꺼이 서로의 모델이 되어주는 재미도 있다.
엘로라 석굴의 하이라이트는 제16 굴 '카일라사나타 사원'이다.
힌두교의 시바신을 모신 이 사원은 히말라야 산맥의 카일라쉬산을 상징하는데
한 덩어리의 거대한 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벽면에는 시바 등의 여러 신상을 한 부조가 있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사원 건축의 대표작이며 위대한 혼이 담겨 있다.
이런 혼이 담긴 석굴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250년이 걸렸다는 가이드의 말에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역시 사원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맨발이거나 덧버선을 신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가족사진을 찍는 듯
아름다운 모습 뒤로 펼쳐지는 초록정원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자이나교 석굴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동심의 아이들이 눈인사를 한다.
까만 피부에 까만 눈동자, 화려한 옷차림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기꺼이 나의 모델이 되어준다.
자이나교 석굴사원을 보기 위해 셔틀버스로 이동 중~
자이나교 석굴사원을 파노라마로 담았다.
자이나교는
불살생(살아있는 것을 상처 내지 않는 것)을 하는 인도의 종교로
자신이 생명으로 다른 생명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실천하고 이것은 곧 비폭력으로 이어진다.
힌두교와 큰 충돌 없이 인도의 소수 종교로 남아 있다.
차량 이동 중 깊은 잠에 빠져 보지 못했지만
자이나교 승려가 나체로 순례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가이드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석굴에 들어서자 조각된 승려의 나체모습이 많이 보인다.
요사체 천장에는 크고 화려한 연꽃도 보인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연꽃이 갖는 특성 때문에 불교권 외에도 순결과 세속을 초월한 상징으로
사용한다는 스님 말씀이 이해가 된다.
아잔타 석굴이 기원전 1세기~8세기 동안 천년 가까이에 걸쳐 만들어진 불교사원이라면
엘로라 석굴은 불교가 쇠퇴하기 시작하는 8세기 전후에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물론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꾸며진 방식이나 내용은 다르다고 한다.
석굴의 백미 '엘로라 석굴'을 보고 나오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아직까지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불제자들이 대탑에 흙을 쌓아 보호했듯이 종교의 힘은 대단함이 느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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