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의 천국 '거린오름'(2017.3.10.금)
꽃샘추위가 제주 바다를 건너갔다.
아직은 코끝이 차갑지만 봄바람이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구슬붕이와 가는잎할미꽃이 제일 먼저 찾아온다는
거린오름을 찾아 봄꽃 마중하러 간다.
거린오름은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한
표고 298.2m, 비고 68m, 형태는 말굽형(북동쪽)으로
오름의 모양새가 거리어져(갈리다의 제주어) 있어 거리오름,
한자로 대역하여 아악, 요악, 걸인악, 거린악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새가 달리 보이는 거린오름은
동광 육거리에서 서광리 방향으로 1km 정도를 가면 기슭에 도착하는데
하나의 오름을 언제부턴가 마을 사람들이 굼부리를 중심으로
남쪽은 거린오름, 북쪽은 북오름이라 나눠 부른다.
북오름은 북쪽에 있다고 해서 또는 모양이 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달음에 올라갈 것 같은 나지막한 오름으로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된다.
목장의 아침은 소똥들의 천국이다.
아침 산책을 나온 소님이 이방인들이 출현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더니
잽싸게 무리들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둥그스레한 모양의 나지막한 오름은 마을 뒷동산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듬성듬성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멋스러움,
봄의 푸르름은 찾아볼 수 없지만 민틋한 천연의 잔디밭에서 느껴지는 푹신함,
고향 언덕으로 봄나들이 나온 듯 뺨에 닿는 봄바람은
기분 좋은 아침을 활짝 열어준다.
굼부리 건너편에는 북오름 정상부가 보인다.
정상에서는
한라산의 풍경은 미세먼지로 선명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뿔바위 '군산'이 바로 눈 앞에 와 있고
산방산~단산으로 펼쳐지는 서부오름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느껴진다.
정상 근처에는
봄바람 타고 고개를 내민 봄꽃들이 봄기운을 불어넣는다.
[양지꽃]
[좀개자리]
[가는잎할미꽃]
[구슬붕이]
고향 뒷동산처럼 나지막한 거린오름
능선마다 천연잔디로 카펫을 깔아놓은 듯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쉬어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풍경과 탁트인 하늘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은
봄의 기운을 가득 느끼게 해준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봄꽃을 담으러 이웃한 오름으로 향한다.
봄바람 따라 들길과 오름길은 봄향기로 반겨준다.
[산자고]
[가는잎할미꽃]
[광대나물]
[개쑥갓]
[둥근빗살괴불주머니(변이)]
[둥근빗살괴불주머니]
꽃샘추위가 머물다 간 자리에는 봄향기로 가득 채웠다.
제주의 봄은 소리없이 내 곁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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