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메~고수치(2017.3.22.수)
이 맘 때가 되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은 봄꽃들은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차가운 바닥에도, 돌 틈에도, 나무 밑에도 봄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
제주의 봄은 언 땅을 뚫고 나온 세복수초에서 시작된다.
지금쯤이면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굼부리를 노랗게 물들일 텐데...
마음은 벌써 굼부리를 향한다.
화전마을을 잇는 도로로 들어서면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어깨를 맞대어 하나의 커다란 산체를
이루고 있는 여느 오름처럼 보통의 오름을 보게 된다.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 위치한 왕이메는
복합형 화구로 높이 612.4m로 정상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옛날 탐라국의 삼신 왕이 이 곳에서
사흘 동안 기도를 드렸다고 하여 '왕이메'라 하는데
한자로 왕이악(王伊岳), 왕이산(王伊山), 왕악(王岳)이라 표기한다.
또한 소가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와우악(臥牛岳)'이라 불러지기도 한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숲 터널을 지나니 탁 트인 왕이메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직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회색 풍경은 상산나무의 흔적을 남겼다.
[상산나무]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감낭오름, 정물오름, 당오름, 도너리 등 아름다운 오름 능선이 이어진다.
오름까지 오는 길에 너무 많이 변해버린 주위 환경에 언짢았던 마음은
넓게 펼쳐진 푸른 자연을 대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굼부리]
오름 정상에는
산굼부리와 흡사한 깔때기형의 원형 굼부리(일명 베리창, 깊이 101.4m)와
화구 주위에 작은 굼부리들로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화구 바닥에서부터 조림된 삼나무와 오름 전사면의 소나무 등으로
자연림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낙엽 위로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만들어준 환상의 황금 꽃길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잠시 쉬어가도 좋으련만
지천에 깔린 세복수초의 존재감이 식상한 듯 지나쳐버린다.
[일본군 진지 수직 동굴]
일제 강점기 말 일본군이 미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만들어 놓은 인공 진지동굴의 일부로 추정하는데
현재 오름의 남부 능선에 2개의 진지 수직 동굴 존재를 확인했고
깊이는 오름오름회에서 실측한 결과 15m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원형굼부리(베리창)]
전사면은 소나무, 삼나무, 상산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등성이 따라 이어지는 큰 굼부리와 정상에서 진입이 가능한 작은 굼부리
두 개의 굼부리 사이에는 울창한 삼나무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녹색 잎을 만들기 전이라 삭막하지만
봄기운으로 넘쳐나는 거대한 굼부리는
곱게 차려입은 봄꽃들의 화려한 축제가 열렸다.
굼부리 바닥은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봄을 노래한다.
[세복수초]
[박새]
[산괭이눈]
[변산바람꽃]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차가운 굼부리 바닥을 하얗게 수놓았던 변산아씨는
잠시 머물다가 설렘만 남기고 봄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개구리발톱]
[새끼노루귀]
[(분홍) 새끼노루귀]
[현호색]
바람도 멈춘 굼부리 카페에서
털썩 주저앉아 향 좋은 커피와 찐계란, 달콤한 간식은
어느 화려한 카페가 부럽지 않은 자연과 함께 하는 휴식처다.
아쉽지만 굼부리를 뒤로 하고
수직 정원 '삼나무'가 주는 편안한 길을 따라 고수치로 향한다.
굼부리에서 내려오니 세 갈래길이 나온다.
입구 방향 반대쪽인 삼나무 길이 고수치로 가는 길이다.
[고수치]
[고수치 정상에서 바라본 '왕이메']
고수치는 원형 굼부리를 한
높이 558.7m의 예쁜 등성이를 지닌 오름이다.
고수치, 돔박이는 왕이메에 딸려있는 것처럼나란히 줄지어 오름 기슭 자락으로 이어지고
오름 정상에서는 북돌아진오름, 괴오름, 폭낭오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녹색잎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가시덤불과 빽빽하지만 앙상한 나뭇가지를 헤치며 굼부리를 도는 동안
은은한 꿀내음은 자연스레 길마가지나무 앞에 섰다.
[길마가지나무]
[남산제비꽃]
[산자고]
[가는잎할미꽃]
[솜나물]
코끝을 자극하던 길마가지나무의 꿀내음
굼부리의 언 땅을 뚫고 나온 세복수초와 변산바람꽃
기지개를 켜는 보송보송한 털이 앙증맞은 새끼노루귀까지
잠시 머물다가 설렘만 남기고 봄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지만
봄은 속삭인다~
하늘을 향한 수직정원
아름다운 '삼나무 숲길'에서 행복한 하루를 가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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