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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 나들이

오세암 가는 길

by 고니62 2017. 5. 2.

오세암 가는 길(2017.4.29~5.1)


제주공항은 여전히 대기 중이다.

비행기 안에서 1시간의 기다림과 주차장이 된 도로는 

휴게소도 지나칠 정도로 모든 일정들을 숨가쁘게 돌아가게 한다.

드디어 백담사가 있는 백담마을 설악휴게소

공원입구(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7km 구간(15분 거리)은

백담사행 셔틀버스로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입산이 통제된 시간을 훨씬 넘은 오후 3시가 지나서 백담사에 도착했다.

오세암으로 가는 첫 관문은  바리게이트가 쳐진 입구을 시작으로

 백담계곡을 따라 영시암 방향으로 향한다.



[수심교]



백담계곡은 내설악의 대표계곡으로

용대리 입구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계곡으로 시원한 계곡물과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어 뛰어난 경관은 숨을 멎게 한다.

흰자갈과 바닥이 휜히 드러난 맑고 깨끗한 물

눈으로만 보고 갈려니 아쉽지만

하산길에 발 담글 생각으로 지나친다.





[영시암]


백담사를 출발하고 1시간 정도 지날 쯤 영시암에 도착했다.

백담사 출발이 늦었기에 다도투어 보살님들이 오지 않는 줄 알았다며

 종무소에 계신 보살님이 환한 얼굴로 우리들을 반긴다.

삼배를 하고 목도 축이고...잠시 쉬어간다.


쉬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한 무리의 '꽃다지'

그 속에는 쇠뜨기가 얼굴을 내민다.

잰걸음으로 걸어도 모자랄 판에 아예 주저앉았다.


[꽃다지]


[쇠뜨기]


[금낭화]


[큰구슬붕이]


[벌깨덩굴]


[당개지치]


[삿갓나물]


[갈림길]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는 6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영시암까지 3.5km는 편안한 길이지만

 오세암까지 2.5km는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어 조금 힘든 구간이다.

땅만 보고 걷다보면 오세암으로 가는

안내표지판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이지만

숨이 넘어갈 만큼 능선 하나를 넘나드는 깔딱고개

헉헉거리는 숨소리는 더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경사진 능선에 힘이 부칠 쯤

생명을 잔뜩 머금은 풍경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직은 이른 듯 솜을 잔뜩 묻혀있는 것 처럼 피지 않은 봉오리지만

정말, 반갑다...

지장보살 '풀솜대'야~


[풀솜대]


풀솜대는 솜대에 풀을 붙인 이름으로

솜대는 어릴 때에 흰가루로 덮여 있는 것이 솜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은 요긴한 식량으로

풀솜대도 구황식물로 절에서 죽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을 구제했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로

중생들을 구제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 부른다.


[태백제비꽃]


[숲개별꽃]


[현호색]



[노루귀]



[산괴불주머니]


[노랑제비꽃]


[피나물]


[둥근잎천남성]


얼룩덜룩 잎을 가진 바람난 여인 '얼레지'가 지천에 깔렸다.

아무리 찾아도 꽃은 보이지 않고 잎만 무성하더니

시들어가는 모습의 얼레지가 눈에 들어왔다.




[얼레지]






늦은 시간이라 산길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잰걸음으로 걸을 필요도 없이 꼴찌다.

그래서 오세암가는 인연의 길은 

바스락거리는 낙엽밟는 소리까지 아름답게 들린다.


내설악 심장부에 자리한 오세암(해발 800m)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 오세암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만경대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에 속하는 백담사(百潭寺)의 부속 암자이다.

이 절은 수선도량(修禪道場)인 동시에 유명한 기도도량으로 손꼽힌다.

설악산 깊은 곳에 자리한 암자는 제일 아늑하며 오래된 고찰로

김시습(金時習)이 승려가 된 뒤 머물렀던 곳이고,

조선 중기 불교의 부흥을 꾀하다 순교한 보우가 수도하였으며,

근대의 고승이자 시인이요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韓龍雲)이 머물렀던 곳이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과 승방, 객사, 새로 지은 산신각이 있고,

옛 절터가 근처에 있어 석물 등이 남아 있다.


[천진관음보전]



[범종각]



[동자전]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여

관음암이라 하였고, 1548년 보우선사가 중건했다.

1643년에 설정이 중건한 뒤부터 오세암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는데

그에 얽힌 관음설화가 전한다.


설정스님은 고아가 된 형의 아들을 이 절에 데려다 키웠는데

월동준비 차 길을 떠나면서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네 살짜리 조카에게

"이 밥을 먹고 저 어머니를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너를 보살펴줄 것이다"

고 하는 말을 남기고 절을 떠났다.

하지만 밤새 폭설로 인해 다음해 3월이 되어서야 돌아와 보니

죽었을 것으로 여겼던 조카가 더운 기운과 향내로 가득 차 있는 법당 안에서

목탁을 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

다섯 살의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기리기 위해

관음암을 '오세암'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1888년(고종 25)에 백하화상(白下和尙)이 중건했다.



저녁예불은 주지스님의 법문으로 이어진다.

금수저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오세암에 사는 다람쥐에게도 있다.

종무소에 사는 다람쥐가 곧 금수저이다.

두 볼이 터질 듯 빵빵하게 뺨 속 주머니에 음식물을 담고도 서로 뺏을려고 다툰다.

그리고는 혼자만이 아는 비밀창고에 음식물을 숨긴다.

종무소 주변에는 항상 음식물이 풍부한데도 깨닫지 못하고

맨날 싸우는 귀엽지만 욕심 많고 날렵한 다람쥐를 관찰한

 스님의 재미있지만 가진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

깨우치게 하는 법문이다.


법당을 나오니 북쪽 밤하늘에

국자모양을 이루고 있는 별자리 북두칠성이 유난히 빛난다.

봉정암 가는 길에 설악산의 '처녀치마'를 만나는 꿈을 꾸면서...

오세암의 밤도 깊어간다.





설악산 사계절의 아름다운 모습과 뛰어난 절경

해가 비치면 해가 비치는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대로

오세암의 한적하고 고즈넉한 아침 풍경은

청량한 새소리로 잠을 깨운다.

만경대(해발 922m)가 눈에 들어온다.


오세암에서 마지막 새벽예불을 보고

아침 공양 후 아직 동이 트진 않았지만 봉정암으로 향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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