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빛깔의 향연 ‘개족도리풀’
들꽃이야기17
◆ 쥐방울덩굴과 / 여러해살이풀
◆ 학명 : Asarum maculatum Nakai
◆ 꽃말 : 모녀의 정
오후 3시...
간단히 배낭을 챙기고 관음사를 향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우습다.
지금 담고 오지 않으면 생강나무 꽃을 또 다시 1년을 기다림 속에 지내야 한다는 조바심도 나고 1시간 거리를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 냄새가 난다는 생강나무 꽃을 꼭 담고 오리라.
마음은 더욱 분주했지만 가는 길은 그리 빠르질 못했다.
가는 중간 중간 노랑제비꽃, 남산제비꽃, 뫼제비꽃, 알록제비꽃, 자주제비꽃~ 제비꽃들이 동창모임을 하고 있는지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자꾸 놀아 달라고 내 눈을 붙잡는다.
"그래 예쁘게 담아 줄 테니까 조금만 놀고 있으렴~ 금방 다녀 올 때가 있거든"
돌계단을 한참을 지나고 있는데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하나 둘씩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앗! 돌 틈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개족도리풀~
"어머나, 위험하게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놀러 나왔니?"
"등산화에 밟히면 어쩌려고~"
산속 그늘진 곳에 자라고 있는데, 얼룩진 잎만 보고 무심결에 지나버리면 개족도리풀 꽃을 놓쳐 버릴 수 있어서, 잠시 고개 숙여 눈 맞추면 짙은 자주빛깔의 족두리처럼 생긴 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답니다.
향이 난다고 하는데 글쎄요?
내 코가 잘못 됐는지 아직까지 향을 맡아보지 못했다.
사람에게 역겨운 냄새가 곤충들에게는 매력적인 냄새로 둔갑할 수 있네요.
꽃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어서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보다는 개미처럼 기어 다니는 곤충들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산비탈에 간간이 보이는 개족도리풀 꽃을 보니 분명 개미가 꽃가루받이를 끝내고 이 높은 바위 혹은 산비탈까지 이사를 왔나 봅니다.
심장 모양의 두꺼운 잎이 1~2장 있으며 5~6월에 족두리 모양의 흑자색 꽃이 핀다.
족도리풀은 민무늬지만 개족도리풀은 두꺼우면서 잎 표면에 백색 무늬가 있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어요.
꽃잎은 퇴화해서 사라져버렸고, 족두리모양의 꽃받침이 꽃잎 역할을 대신해주면서 꽃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답니다.
꽃받침 안쪽에는 하얀 무늬가 있어서 곤충들이 쉽게 눈에 띄게 해놓은 걸 보면 이 녀석 또한 대단합니다.
제가 담고 온 돌틈에도 개족도리풀 꽃이 한창 피어있는 것 같습니다.
개미 요 녀석이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죠.
개족도리풀이 사는 곳은 산 속 반 그늘진 곳이나 습한 곳에서 잘 자랍니다.
환경부 지정 특정 야생식물이므로 절대로 채취해서는 안 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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