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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곶자왈의 봄봄봄~

by 고니62 2019. 3. 28.

곶자왈의 봄봄봄~(2019.3.27.수 )


귀한 섬 '제주도'

구르마(수레의 방언)를 끌고 소와 말들이 다니던 길은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편안한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청수, 저지곶자왈 속으로 들어가본다.




앙상하던 팽나무에는 새봄이 움트고

소와 말똥의 구수한 냄새

나무는 돌에 의지하고 돌은 나무에 의지하며 힘겹게 살아가지만

사계절 얼굴 속에 숨어있는 늘 푸르름을 간직한

생명력이 가득 찬 곶자왈의 매력이다.



바람이 머무는 숲길..

시간이 멈춘 듯 내가 그리던 마법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나뭇잎을 만들기 전에 봄바람 타고 가버리는 작아도 너무 작은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작은 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

곶자왈의 발레리나 '길마가지나무'

작은 바람이지만 잠시 멈추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길동무에게서 전해진다.



[길마가지나무]


진한 향기, 이 기막힌 꽃향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윤기나는 초록잎 사이로 수수한 십자모양의 사각별

작은 예쁜꽃들이 동그랗게 모여 핀 모습이 신부가 든 부케를 닮았다.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바람타고 스며드는 은은한 꿀내음은 코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빌레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신부의 부케를 닮은 순백의 사각별

바람이 잎을 흔들때마다 자태를 드러내는 '제주백서향'

슬그머니 다가와 눈웃음을 짓는다.


[제주백서향]


제주의 중산간 곶자왈에 자생하는 제주백서향은

꽃받침통에 잔털이 없고 타원형 잎이 백서향과 달라

'제주백서향(Daphne jejudoensis M.Kim)'이라 따로 구분하고 있다.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지대보다는 숲 가장자리나

겨울 햇빛을 볼 수 있는 낙엽활엽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백서향(Daphne kiusiana Miq.)은

팥꽃나무과의 상록활엽관목으로 거제도와 흑산도 등지의 해변의 산기슭에 분포한다.

하얀색의 꽃과 서향을 닮아 '백서향'이라 부른다.

암수딴그루로 꽃은 전년도 가지 끝에 모여 달리는데

향이 진하고 꽃받침통에는 잔털이 있고 끝이 4갈래로 갈라진다.



[서향]


중국 원산의 서향은

향이 천리를 간다고 천리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연한 홍자색 꽃이 핀다.





숲은 생명력의 발원지이다.

높이 10m 내외로 성장한 종가시나무가 우점하며

개가시나무, 녹나무, 아왜나무, 센달나무, 조록나무, 참식나무, 육박나무, 산유자나무, 새덕이 등 상록활엽수가 분포하고

예덕나무, 붉나무, 덧나무, 단풍나무 등 낙엽활엽수의 혼효림으로

과거 수백년 동안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

곶자왈은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목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대부분 과거 숯이나 땔감 등의 목적으로 벌채 후

밑둥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서 형성된 맹아지가 많이 보인다.

지금도 곶자왈에는 경계를 둘렀던 돌담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덧나무]


[개복숭아나무]


[앵두나무]


[상동나무]


[까마귀밥여름나무]


[장딸기]


낙엽(상록수)을 밟으며 깊숙한 숲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깔끔했던 숲길은 낙엽길이 되어 어수선해보이지만 푹신한 솜 위를 걷는 듯 편안하고

잠에서 깨어난 단풍나무의 봄 기운은 생명을 불어넣는다.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봄을 알려준다는 '보춘화(춘란)'

낙엽 위로 살짝 드러난 칼집 모양의 잎 하나...




[보춘화(춘란)]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주위는 어둡고

늘 푸르름을 간직한 용암숲은 생명의 공간으로 양치식물들의 천국이다.

숲의 땅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인

가는쇠고사리, 더부살이고사리, 꼬리고사리, 큰봉의꼬리, 콩짜개덩굴 등

내음성이 강한 난대성 양치식물의 서식밀도가 높은 편이다.

나무와 암석이 만들어내는 착생식물과의 공존

숲은 조용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는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가는쇠고사리]


[콩짜개덩굴]


[더부살이고사리]


우마급수장은 개구리 알과 일찍 부화한 올챙이들의 보금자리다.

꼬리를 흔들거리며 꼬물꼬물 헤엄치는 올챙이

뒷다리가 쑤~욱 개구리로 탈바꿈을 하고 물 밖으로 튀어나와

 땅에서도 살아갈 날을 꿈꾼다.

 


[개구리 알]


길가로 한꺼번에 넘쳐 나온 들꽃들~

도드라진 화려하고 싱싱한 모습의 노란 구슬로 유혹하는 '왕도깨비가지'

잎에 돋아있는 무시무시한 가시는 마소들도 뒷걸음치게 하고

왕성한 번식력은 자람터가 되어 곶자왈 속으로 들어왔다.


[왕도깨비가지]


[꿩의밥]


[선개불알풀]


[등대풀]


[염주괴불주머니]


[뱀딸기]


[민들레]


[유럽점나도나물]


[광대나물]


[살갈퀴]


[자주괴불주머니]


[제비꽃]


[수영]


[소리쟁이]


솜털 보송보송한 꼼짝꼼짝 고사리도 주먹을 내놓고 기다린다.

너 하나만 달랑 꺽기에는...


[고사리]


[큰천남성]


곶자왈을 빠져나오니 드넓은 녹차밭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곶자왈의 봄을 향기로 알려주는 '제주백서향'

곶자왈의 봄도 한복판을 달린다.

오롯이 걸으며 숲과 사랑에 빠졌던 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곶자왈이지만 떠나는 길이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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