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닮은 '조개나물'
파란 하늘과 바다가 더없이 아름다운 날
분홍조개나물을 만나러 찾지 못했던 오름으로 길을 나섰다.
고즈넉한 시골길에는 오가는 사람없이 한적하고
경사진 풀숲마다 눈을 떼지 못하고 두리번 거리길 여러 번..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분홍조개나물과의 첫 만남...
힘들게 찾은 만큼 손은 떨려오고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어쩜 이리 화사하고 고운지 만남의 순간은 지울 수가 없다.
[분홍조개나물]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꽃을 피워내고
아무런 관심 없어도 그 자리에 머물다 흔적없이 사라져버리는 들꽃
오랜 시간을 찾아다니다 운 좋게 첫인사를 한 '조개나물'
두근두근 설레임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어머니 무덤가에 꽃으로 탑을 쌓은 조개나물...'
하얀 솜털옷을 입고 줄기 층층이 조개모양의 꽃송이를 달고 얼굴을 내민다.
마치 솔방울이 떨어진 듯 보라색 꽃이 돌려가며 층층이 핀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저절로 허리를 굽혔다.
조개나물은 꿀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햇빛이 잘드는 산야의 풀밭이나 길가, 묘지 주변의 잔디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 분포한다고 알려졌지만
서부지역의 오름 등성이에서 만났다.
봄날의 풍경을 담은 소나무숲
보랏빛 꿈을 꾸며 무성하게 자란 풀 속에 숨은 조개나물
그 위를 날아다니는 벌 한마리...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어 조개나물 주위는 잡풀이 무성하고
말들이 다녀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한 홍색의 술처럼 깊고 잘게 갈라진 오판화 '술패랭이꽃'
납작 엎드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솜양지꽃'
봄꽃들도 앞다투며 한창 피어나 사월의 봄을 노래한다.
[술패랭이꽃]
[솜양지꽃]
[벋음씀바귀]
바람을 이용해 수분하는 풍매화인 '소나무'
송화가루(소나무의 숫꽃가루) 날리는 풍경 또한 봄의 일부분인 듯
노란가루의 군무가 허공으로 흩날리면 조개나물 위로
수북이 내려앉아 송화가루를 뒤집어 쓴다.
잎과 잎 사이에서 피는 꽃 모양이
조개가 입을 벌린 듯한 모양과 닮아서 '조개나물'이라 붙여졌다.
전체적으로 길고 하얀털이 빽빽하게 보이고
타원형의 잎은 마주나기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높이는 30cm 정도 자란다.
4~5월에 보라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잎겨드랑이에서 뭉쳐 위로 올라가며 달린다.
꽃의 끝은 입술 모양이고 꽃잎 뒤쪽에도 하얀 짧은 털이 나 있다.
꽃의 모습이 꼭 혀를 내밀고 있는 조개의 모습을 닮았다.
7~8월 경에 납작하고 둥근 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나물로 먹지는 않고 약용으로 쓰인다.
꽃이 아름답고 개화기간이 길어 밀원용이나 관상용(지피용)으로 심는다.
아주가는 조개나물속을 이르는 명칭으로 개량종이다.
조개나물과 닮았지만 줄기나 잎에 털이 없고 잎은 자주색을 띤다.
[아주가(서양조개나물)]
풀숲에 숨어 사는 조개나물
군락을 이루며 수없이 피어나지만 나에게 특별났던 분홍조개나물
봄 햇살에 참으로 곱고 찬란하다.
꽃말은 순결, 존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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