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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나들이

사려니오름 숲길

by 고니62 2019. 9. 22.

사려니오름 숲길(2019.9.19.목)


깔끔하게 정돈된 비밀의 정원

1년 마다 열리는 사려니숲길 에코힐링체험에서

오르지 못했던 사려니오름과의 만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 온 저 어딘가에 사려니오름이 있을 테고....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을 말한다.



주차장 한 켠,

며느리의 슬픈 애환이 담겨 있는 '며느리밑씻개'

쥐꼬리처럼 생긴 꽃차례 때문에 붙은 가련미의 극치 '쥐꼬리망초'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애기주름조개풀'

억새에 붙어사는 담뱃대를 닮은 기생식물 '야고'는

숨어있는 탁구공을 살짝 드러내고

워낙 질겨서 절대 끊어지지 않는 강인한 가을의 왕자 '수크령'은

가을 정취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며느리밑씻개]


[쥐꼬리망초]


[애기주름조개풀]


[야고]


[수크령]


원시의 숲으로 들어가는 사려니숲길

그 길의 시작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곰취,

돌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자연이 만들어준 나무지팡이가

발이 되어주길 기다린다.


[곰취]


탐방안내소에는

해설사 선생님이 방문객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해주시고

제주 기후에 알맞은 삼나무길이 길게 이어진다.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숲길에는 

120년 만에 최대강수량을 동반한 태풍으로

제주지역에 많은 인명피해와 산림피해를 입힌 태풍나리 피해지(2007년 9월 16일)와

총길이 300m 산림문화자산(산전터) 데크탐방로가 마련되었다.

(산전터 경관체험장, 운문산반딧불 체험장, 새소리 체험장,

자생식물 전시장, 숲가꾸기 학습전시장, 산림교육장 등)



오랫만에 만나는 숲과의 만남

깊어진 삼나무 숲의 냄새가 맑은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숲에서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경계는 풀어지고 사려니의 초록세상이 상큼한 하루를 열어주면

한산한 숲길에서 한참을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저절로 힘이 넘쳐난다.




어떤 동물이 연상될까?

고개를 치켜들고 삼나무 전시림으로 길을 안내한다.



[산림습지]


배수가 빠른 화산토로 이루어진 제주도는

습지의 형성이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숲속에 패인 땅이나 바위 위에 고인물로 만들어진 물통습지는

숲속 동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서식처로 시간을 나누며 긴밀하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산림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동적인 우주로

물 속에 쌓인 낙엽은 다양한 무척추동물의 영양분이며,

올챙이와 제주도룡뇽과 잠자리 유생, 물방개의 먹이가 된다.



[삼나무 전시림]


입구부터 압도하는 수직의 정원 '삼나무' 

1933년 양묘에 의해 묘목을 육성하여 식재된 최고령 삼나무 숲으로

이곳에는 탐방을 위한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하늘을 덮는 거대한 삼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건강하고 튼실한 삼나무 껍질을 덮고 있는 이끼

나무와 작은 들꽃, 바람과 햇빛, 흙이 주인인 숲을 빌린 하루는

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삼나무숲 구간을 지나 출발했던 지점 가까이에

짧은 구간이지만 하늘을 이불 삼아 살아가는 '편백나무'

하늘을 향해 쭉쭉 벋은 편백나무의 푸르름이 기선을 제압하고

또 다른 수직정원을 만들어낸다.

발 아래에는 또 다른 생명들이 싹을 틔우고 자람터를 넓혀간다.


[콩짜개덩굴]


[수정난풀]


[섬사철란]


[큰천남성]


[뱀톱]


숲이 주는 힐링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갈리는 나란히 길~

숲을 벗어나는 마음이 못내 아쉽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숲을 떠난다.


[처녀고사리]





한낮이지만 깊숙히 들어갈수록 어두워지고

사람이 아닌 나무와 풀, 흙 등 자연이 주인인 숲길에는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맑고 고운 새소리, 작은바람에도 춤을 추는 들꽃,

숲속에서 뿜어내는 생명을 불어넣는 자연의 소리는

어느새 편안한 마음과 건강한 생각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등골나물]


[누린내풀]


[주름잎]


[양하]



[세심정(洗心亭)]


끝나지 않은 것 같았던 숲길, 드디어 세심정에 도착했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편히 쉬는 곳이라던 '세심정'

기억에 남아 있던 아름다운 세심정이 앓고 있다.


버섯들의 천국 여름숲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

그늘진 부엽토나 썩은 나무, 나무 밑둥 또는 곤충의 사체에서 자라는 버섯

생태계의 정직한 분해자로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낸다.


[뽕나무버섯]


[큰갓버섯]


[흰가시광대버섯]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고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사려니 능선 품에 안겨 한라산을 바라보며 계란을 까먹으면 10년이 젊어진다는
독새기(계란의 제주어) 쉼팡이 기다린다.



선명한 날씨탓에 부드러운 능선의 한라산과

사라오름~성널오름(성판악)~논고악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초록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시원스레 펼쳐진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사려니오름은

표고 513m, 비고 98m, 북동쪽으로 넓고 깊게 패인 반달모양의 말굽형 분화구다.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사려니는 사련악(四連岳), 사련악(思連岳)으로 표기했고

'신성한 곳' 이라는 뜻으로 사려니오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오름 전사면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어떤 특정한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변 오름들 중에서 비고가 높으면서 가파르지만 웅장하다.

오름 정상이 거대한 바윗돌이 돌아가며 사려있다고 해서 '사려니오름',

혹은 오름 정상에 이루어진 분화구가 북동쪽으로 비스듬히 트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추측하고 있다.


[사려니오름 정상의 전망대]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물오름~궤펜이오름~물찻오름~거린악~거린족오름'

으로 이어지는 오름군들의 파노라마

바다로 고개를 돌리면

'고이오름~지귀도~제지기오름~섶섬~문섬'

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서귀포 앞바다의 시원스런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한층 높아진 파란하늘과 오름, 초록바다로 이어지는 수채화를 담는 풍광은

1년 중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횟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물푸레나무]


[삼나무 칠형제]


하늘을 덮는 수직의 삼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삼나무 한그루의 줄기가 바닥에 드러누워 삼나무 칠형제를 만들었다.

일곱 줄기가 위로 올라간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10개의 줄기가 되었다.

내린 결론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아직까지 삼나무 칠형제라는...



시작부터 숨 가쁜 '777나무계단길'

정상까지 가는 등성이는 무척 가파르다.

나무계단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지만 계단 옆으로 오고셍이 오솔길이 보인다.

777개의 계단을 세 구간으로 나누어 오고셍이 오솔길과 만난다.


[오고셍이(제주어:본래 그대로) 오솔길]


'상큼한 숲길 오고셍이 오솔길은

593번째 계단에서 시작하여 '오고셍이'라 하고

사이좋게 420계단 데크에서 휴식하며, 삼나무 숲을 삼삼하게 지나 333계단을 만나고

팔팔하게 88계단으로 내려가는 길'

이라는 재밌는 안내글이 보인다.




도전정신을 위한 숨가뿐 777나무계단 길을 내려오니 안내소가 보인다.

원뿔형 화산체에 뿌리를 내린 삼나무

여름향기로 가득찼던 사려니의 아름다운 숲길은

가을의 문을 두드리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비밀의 정원 사려니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상록활엽수와 낙엽활엽수가 혼재된 혼효림을 이루고 있는 사려니에서

편안한 마음과 건강한 생각을 담아간다.

언제 걸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그래서 이 길을 다시 찾게 된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에 위치한 산림연구기관으로

난·아열대 수종의 보전 및 생리·생태, 난대 수종 채종원 조성 및 종자 생산,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 시범림 조성 및 관리, 제주 지역 유망 수종 양묘 및 육성,

신품종 및 도입 수종의 지역 적응성 검정 시험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시험림은 생물 다양성과 산림유전자원보존 및 자원화연구, 생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학술 및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시험림 보호를 위해 영구적으로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사려니오름을 오르려면 난대산림연구소에 사전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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