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봉의 봄날(2022.4.3. 일)
제주항 너머로 닮은 듯 다른 듯 맞닿은
바닷가 절벽을 나눠 형제처럼 다정한 오름 '사라봉과 별도봉'에는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봄의 여신 벚꽃이 제주의 짧은 봄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제주시의 최고의 오름 '사라봉'은
해발 148m 정도로 제주항 동쪽으로 바닷가에 접해 위치한 오름으로
오름의 형태는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로서
붉은 송이(스코리아)로 구성된 기생 화산체이다.
일제강점기 진지동굴, 산지등대, 봉수대 등 문화재가 많은 곳으로
제주 구도심에 자리 잡은 사라봉은 일대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도민들의 쉼터이자 운동 장소로 제주지역 숲 중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정상에는 과거에 쓰였던 봉수대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 군사 시설의 하나로
태평양 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군이 제주도를 저항 기지로 삼았던 침략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시설물은 일본군이 제주 북부 해안으로 상륙하는 연합군을 1차 저지하고
제주 동비행장(진드르 비행장)과 제주 서비행장(정뜨르 비행장, 현재 제주국제공항)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된 것으로 8곳의 동굴 진지로 구성되어 있다.
잘 닦여진 돌계단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경사진 언덕을 올라가면 금세 정상에 도착한다.
산토끼일까? 집토끼일까?
익숙한 듯 풀밭에 자연스레 앉아 모델이 되어준다.
제주의 아침이 열리는 사라봉공원
성산일출과 함께 영주 10경 중의 하나인 사봉낙조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새벽 시민들의 운동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정상의 팔각정(망양정)에 오르면
파란 하늘과 멀리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평선, 제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쪽으로는 웅장한 한라산이 바라다 보인다.
예전에는 나무들이 무성해 시내 전경이 가려져 아쉬웠었는데
전정 작업으로 탁 트인 시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망양정 동북쪽에는 제주도 기념물 제23호인 봉수대가 잘 보존되어 있다.
진지 동굴은 사라봉뿐만 아니라
제주도 곳곳에 남아 있는 전쟁이 남긴 역사의 흔적이다.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한 솔숲이 아름다운 사라봉 '시민의 숲'
팝콘처럼 툭툭 터져버린 벚꽃들의 합창
솔숲의 시원함과 꽃 향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봄날이 한창이다.
사라봉 동쪽으로는 별도봉까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져
제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별도봉 정상에는
봄바람에 살랑이며 무리 지어 핀 '미나리아재비'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양지꽃도 꽃잎을 활짝 열었다.
벚꽃 흩날리는 숨겨진 명소, 이름마저도 빛나는 '별도봉'
환상적인 벚꽃 산책길을 담은 별도봉은
예전에는 바닷가 쪽에 낭떠러지가 있는데 연유하여 '베리오름'이라 불려졌으나
현재는 화북동의 옛 마을명 별도(別刀)를 따라 별도봉이라 부른다.
오름 정상부에 다다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너머로 한라산과
이웃한 원당봉을 시작으로 군락을 이룬 동부의 오름은 배경 자체가 그림이 되어준다.
계단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내려가면
아름다움 속에 슬픈 사연을 간직한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과 만나게 된다.
안드렁물 주상절리대는
제주시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주상절리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 '안드렁물'은 곤을동(제주 4·3 잃어버린 마을)의 안곤을 주민들이 이용했던 식수터로
주민들은 3단으로 나눠진 이 물을 먹는 물과 허드렛물, 빨래 물로 이용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식수로 이용할 수가 없다.
제주 4·3 당시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자연마을이었던 곤을동은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되면서 '잃어버린 마을'로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흔적만이 남아있어
제주만이 겪었던 4·3의 아픔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마을 70여 호로 이루어졌던 곤을동은
1949년 1월 4일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되어 복구되지 못한 채
'잃어버린 마을'로 슬픈 사연을 간직한 채 보는 이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이곳 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제주 시내에 숨어있는 벚꽃 명소 '별도봉'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하양, 연분홍색을 입힌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등성이
피는 듯 벌써 연초록 잎이 돋아나고
비와 바람에 곧 흩날리는 꽃비, 아파도 곱게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자.
절벽을 넘어 돌아가는 길에 '애기 업은 돌'
고기를 잡으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의 전설,
애기를 업고 바다를 향해 누군가 기다리는 듯 애처로운 모습은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지만 마음이 짠해진다.
주변에는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자살바위', 누워있는 귀여운 모습의 '곰바위' 등
별도봉 산책로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담아 이름을 붙인 바위가 여럿 있다.
사라봉과 맞닿아 있는 별도봉
해안 절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먼바다 쪽으로 뻗어 난 방파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수시로 배가 들고 나는 제주 항구에 거대한 여객선과 화물선,
해안절경이 펼쳐지는 바다 아래로 느릿느릿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장수 산책로에는 봄처녀 '산자고'
땅 아래 바라보다 찾아낸 존재감을 드러낸 '꿩의밥'
산과 들에 가장 흔하게 피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 피는 '제비꽃'
정리되지 않은 풀밭 위로 모습을 드러낸 봄꽃들이 참 곱다.
내 눈에만 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들
초등학교 시절, 교실이 없어 교육대학의 강의실을 교실로 사용하며
별도봉을 뒷동산처럼 오르락내리락했던 그 추억의 길을
길동무와 걷는 내내 추억도 함께 걸었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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