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꼬마은난초'
초록 생명을 불어넣는 사월의 숲
몇 발짝 걸었을 뿐인데 그냥 스쳐가기엔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숲길
산책로에는 큰구슬붕이가 하늘을 담은 파란 눈부심으로
꽃길을 만들며 봄 향연이 한창이다.
조용히 주인을 기다려준 너의 고운 자태
발에 밟힐까 은근 걱정되면서도 가까이서 눈 맞춘다.
천천히 낮은 자세로 바닥을 살피며 걸어야 보이는 키 작은 난초
낙엽 사이로 비집고 올라와 하얀 꽃으로 반기는 '꼬마은난초'가 대견스럽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저 연약하고 귀하디 귀한
작아도 너무 작고, 속살을 잘 보여주지도 않는 수줍은 모습의 '꼬마은난초'
꽃잎을 활짝 열고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꼬마은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그늘진 곳이나 숲 속 부엽질이 풍부한 비옥한 낙엽수림에서 볼 수 있다.
키는 15~20cm로 아주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고
꽃이 은색을 띤 은난초와 생김새가 닮고 키가 아주 작아 꼬마은난초라 부른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숲 속에서 자라지만 개체수가 아주 적어
자생지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희귀종이다.
4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하는 흰꽃은
원줄기 끝에 3~10개가 이삭과 같이 달리고 꽃이 서로 떨어져 있다.
입술 꽃잎은 3갈래로 갈라지고 반쯤 벌어진다.
작은 식물체에 비해 꽃이 무겁게 보인다.
어긋난 잎은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줄기는 곧게 서고 밑부분은 흰색을 띠지만 위로 갈수록 녹색이 된다.
은난초에 비해 전체가 작으며, 줄기잎은 1~2장이고
가장 밑에 달리는 잎은 줄기 윗부분에 붙고 꽃받침과 곁꽃잎의 끝이 갈라지므로 구분된다.
기둥 모양의 열매는 삭과로 곧게 서고
7~8월경 익은 열매 안에는 작은 종자들이 많이 들어 있다.
꽃송이가 서로 붙고 꽃잎이 늘 오므라져있는 은난초에 비해
꼬마은난초는 꽃잎이 벌어지고 꽃 사이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양은 은난초와 많이 닮았지만 은난초보다 일찍 꽃이 핀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의 물소리는 엄청 크고 맑아 힐링의 길을 걷게 해 주고
바람에 떨어진 웅덩이에 채워진 멀꿀 꽃은 잠시 소녀의 감성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
이방인의 방문을 경계하는 삐쭉이는 새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고
불어난 계곡의 물을 건너니 또 다른 봄이 기다린다.
작아도 아주 작은 앙증맞은 '꼬마은난초'
누구에게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숲 속에 숨어 사는 하얀 꼬마
너에게로 가는 길은 성급하지도 잰걸음도 아닌
느릿느릿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총명이란 꽃말과 잘 어울린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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