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새우난초'
어두운 숲 속
겨울나무들은 연둣빛 잎을 만들며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땅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건강한 흙내음,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고운 햇살에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
하늘을 가린 우거진 나무 사이로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숲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밀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원시적인 자연을 오롯이 느끼게 해 주고
일찍 피었던 봄은 흔적을 남기고 또 다른 봄이 이어달리기를 한다.
새우난초의 계절
돌 틈으로 땅 위로 군락을 이루며 화사하게 핀 꽃의 매력,
사월의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낙엽 수림대 아래에는
봄 향기를 가득 담은 눈을 사로잡는 한 무리의 '새우난초'
우아하고 품위 있는 자태, 은은한 향과 오묘한 빛깔의 다양한 화색
봄의 여신 '새우난초'의 향연이 펼쳐진다.
새우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난과 식물은 지구 상의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한 식물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과 도서지역 일대에 자생한다.
잔뿌리가 많이 달린 뿌리줄기가 마치 새우등처럼 굽어 보여 '새우난초'
꽃 모양이 웅크린 새우 등을 닮았다고 '새우난초'라 불린다.
물결치듯 깊은 주름이 있는 긴 타원형의 넓은 잎은
두해살이로 첫해는 2~3개가 뿌리에서 나와 곧게 자라지만
이듬해는 옆으로 늘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잎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4~5월이면 잎 사이에서 나온 꽃줄기에서 입술 모양의 꽃이
총상 꽃차례로 달리는데 꽃잎은 흰색이나 연한 자주색 또는 적색으로 피고
꽃받침 조각은 자줏빛 또는 녹색이 도는 갈색으로
꽃잎과 꽃받침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열매는 7~8월경 밑으로 처지면서 달리고
염주 모양의 뿌리는 1년에 한 개씩 생기고 포복성으로 벋는다.
우리나라에는 새우난초를 비롯한
금새우난초, 섬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의 자연교배),
여름새우난초 등이 분포하는데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자생한다.
원래 갈색을 가진 새우난초들은 녹색을 띠거나 자연 교배되면서
조금씩 색변이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양란의 화려함과 동양란의 향기를 가진 숨은 보석 '새우난초'
산비탈 숲 속 음지의 비옥한 곳이나
햇빛이 들지 않는 반그늘 지고 습도가 높은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라지만
빼어난 아름다움은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어느 집 정원이 자람 터가 되어버렸다.
세월이 흔들고, 사람이 흔들고...
꽃과 잎의 아름다운 조화는 야생에서 훼손이 심각하다.
관상가치가 높은 새우난초는 원예, 조경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라새우난초는
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의 자연 교잡종으로 4~5월에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탓에 무분별한 채집과 도채가 심각한 수준이다.
여름새우난초는 해발 500m 이상의 지역에서 자라고, 꽃은 7~8월에 핀다.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 세월의 흔적
4~5월이 되면 이곳에서 꽃을 피우고 기다려주는 청초한 모습의 터줏대감 '새우난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반나절을 웃고 보냈는데도 이별의 아쉬움
너를 만나러 왔을 때 네가 꿈꾸는 고향이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건강하게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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