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상록의 난초 '붉은사철란'
지금쯤이면 피어있겠지....
물을 머금은 초록초록으로 물든 계곡의 절경
숲 속 고목에 숨죽여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조용히 살아가는
작은 키에 고개는 치켜세우고 얼굴에는 연분홍 칠을 하고
나무 틈새로 숲 속 요정이 불을 환히 밝힌다.
요란한 천둥과 번개가 지나가고
소나기처럼 퍼부어대는 여름 비는 잠시 그쳤다.
쉼 없이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굉음은 귀를 활짝 열어주고
불어난 계곡물은 작은 폭포를 만들어 돌다리는 겨우 건널 수 있게 해 준다.
바람 한점 없는 숲 속은
덥고 습한 공기가 뒤덮고 있어 등을 적시는 땀 내음으로 꽉 찼지만
한여름 더위 속 우아하게 핀 붉은사철란과의 눈 맞춤
누가 볼세라 몰래 엿보다 들킨 듯 고개를 돌려보지만 고정된 시선
심쿵하게 만들며 가슴이 벅차오른다.
붉은사철란은 난초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반그늘의 부엽질이 많은 주변 습도가 높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란다.
사철란 종류는 제일 먼저 꽃이 피는 붉은사철란을 비롯하여
사철란, 애기사철란, 털사철란, 섬사철란 등이 있다.
대부분 키가 작아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그마한 몸집에서 풍기는 단아하면서 청초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붉은사철란은 사철란에 비해 키가 아주 작고 잎 크기에 비해 꽃이 제법 크다.
긴 달걀 모양의 잎은 3~4개가 어긋나기 하고
잎 끝이 둔하거나 뾰족하고 녹회색 잎에는 백색 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줄기는 밑부분이 길어지거나 굵어지면서 자라고 옆으로 뻗는다.
지상 또는 착생란으로 줄기의 밑동이 길다.
꽃은 7~9월에 한쪽 방향으로
통 모양의 붉은빛이 도는 연한 갈색으로 1~5개가 달린다.
꽃대와 씨방, 그리고 꽃받침에 꼬불꼬불한 털이 있고 꽃술대는 짧다.
입술 모양의 꽃부리는 밑부분이 부풀고 안쪽에는 털이 있고
양쪽 가장자리 부분은 끝이 젖혀지고 뾰족하다.
열매는 10~11월에 달린다.
작년까지 보이던 붉은사철란은
산책로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애써 감추고 있을 때쯤
뒤태가 매력적인 아름다운 모습의 '붉은사철란'이 눈에 들어온다.
반갑다, 꼭꼭 숨어있어 줘서~
오래된 고목이나 바위틈,
낙엽 위로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숲 속 요정 '붉은사철란'
이른 봄에 만났던 붉은사철란
솜털 보송보송한 꽃봉오리, 그리고 만개한 모습까지
오랜 시간 이곳에서 자리를 지켜준 아름다운 모습에 고마운 인사를 건넨다.
내년에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계곡을 빠져나오자 언덕 위로 흔적을 남긴 '매화노루발'
빗방울을 머금은 모습이 앙증맞은 '털이슬'
닭다리와 모양이 닮아 닭다리버섯이라 불리는 '흰가시광대버섯'
여름 숲 속 주연과 조연, 그리고 엑스트라가 되어준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에 가을이 묻어오는 듯
초록의 짙은 숲 속을 덮친 듯
땅 속 생활을 하던 이 계절의 주인 매미소리가 우렁차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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