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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야기

여름 숲 속의 흑진주 '흑난초'

by 고니62 2022. 7. 17.

여름 숲 속의 흑진주 '흑난초'

 

일기예보에 없던 장맛비는 가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하지만 

자욱했던 안개는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오름 들머리,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비는 잠시 그쳤지만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숲 속은 모기들의 천국이다.

 

[흑난초]
[자금우]
[얼룩닭의장풀]

올라갈수록 어둠침침한 숲 속 

흑자색 꽃이 매력적인 여름 숲 속의 흑진주 '흑난초' 

언덕 위에 하얀 얼굴을 내민 초록 덮개 '자금우' 

움푹 파인 웅덩이에 터를 잡은 '얼룩닭의장풀'은 장맛비에 흠뻑 젖고 

나뭇잎 사이로 살짝살짝 들어오는 햇살은 반갑지만 

눈치 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애간장을 태운다.

 

[흑난초]

흑난초는 난초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저지대 숲 속의 습도가 높은 반그늘 혹은 음지의 토양 부엽질이 풍부한 곳에서 자란다.

전라남도와 제주도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다.

 

달걀 모양 타원형의 잎은 2~3장이 줄기 아래쪽에서 나고 

잎은 끝이 뾰족하고 잎줄기는 원줄기를 감싼다.

다육질의 비늘 조각으로 된 원통형의 덩이줄기는 옆으로 늘어서고 줄기는 곧추선다.

 

6~7월에 피는 흑자색 꽃은

새로 나온 줄기의 끝과 잎 사이에서 총상 꽃차례로 

줄기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3~15개가 드문드문 달린다.

 

[흑난초 '녹화']

드물게 연두색 꽃도 보인다.

 

입술 꽃잎은 쐐기 모양의 난형으로 구부러진 모습이다.

 

열매는 삭과로 9~10월에 달리는데 위를 향한다.

 

여름이 짙어갈수록 산책로 주변은 

제초작업으로 흑난초 잎과 봉오리가 사정없이 잘려나가고 

세력을 넓혀가는 자금우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흑난초가 안쓰럽다.

흑난초를 담는 내내 모기와의 소리 없는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잠시 멈췄던 장맛비는 오름을 내려오자 쏟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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