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주..(2022.11.2. 수)
태양이 아침을 깨우는 시간
오름 등성이에는 가을 햇살에 바람 따라 은빛 눈부심으로 물결치는 억새,
깊숙이 파고드는 가을이 내려앉은 한라산 둘레길 오색단풍은
열두 폭 병풍이 펼쳐지듯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가을 아름다운 단풍 드라이브코스 1100 도로
제주 가을 단풍 명소로 알려진 '한라산 천아 계곡'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한 줄로 주차된 차량들은 도로 밖까지 나와 있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색으로 물든 오색단풍
1100 도로를 달리는 아기자기한 가을 길은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 하 듯 설렘과 따스함으로 채워진다.
자연과 에코 힐링하는 한라산 둘레길은
천아숲길(천아수원지~보림농장 삼거리 8.7km)
돌오름길(보림농장 삼거리~거린사슴오름 입구 8km)
산림휴양길(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무오법정사 입구 2.3km)
동백길(무오법정사~돈내코탐방로 11.3km)
수악길(돈내코탐방로~사려니오름 16.7km)
사려니숲길(사려니오름 입구~사려니숲 입구 16km)
절물조릿대길(사려니숲 입구~절물자연휴양림 입구 3km)
숫모르편백숲길(절물자연휴양림 입구~한라생태숲 6.6km)이 조성되어 있다.
가을 단풍으로 소문난 천아숲길은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이곳 돌오름 오시록헌(아늑하다, 포근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제주방언) 숲길은
한적한 숲길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선글라스를 쓰러진 나무 위에 올려놓았다.
가을 단풍길이 매력적인 한라산 둘레길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들이 길게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길이지만
가을 가뭄은 말라버린 단풍의 오색 빛에서도 역력히 드러난다.
여름이 떠난 자리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도 단풍이 들고,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가을 햇살 아래 펼쳐지는
알록달록 가을 옷을 갈아입은 숨 막히는 자연의 아름다움,
봄보다 더 화려한 불타는 가을 속을 그냥 걷기엔 이쁜 게 너무 많아
가다 서기를 반복해보지만 모두 담기엔 서툴기만 하다.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에는
유독 제주조릿대가 널리 분포하고 있는 구간이 많다.
제주조릿대는 제주특산식물로
예로부터 다양한 질병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혹독한 추위와 적설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60~100여 년간 생존하며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사멸하는 식물이다.
양심이 실종된 차량이 길을 막아 인상 찌푸리게 한다.
급하게 달려오던 또 다른 차는 후진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불상사가...
색달천이 흐르는 돌오름길에는
삼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말오줌때, 산딸나무, 서어나무, 사람주나무,
윤노리나무, 졸참나무, 참꽃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란다.
맑고 투명한 계곡물 위로 반영이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모습은 떠나버리고
낙엽으로 가득 채운 웅덩이에 비친 반쪽 하늘은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한다.
단풍에 가려진 봄과 여름날의 흔적
또 다른 멋스러움으로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숲이 조잘거린다.
세월이 느껴지는 숲길, 발에 닿는 굴곡,
바짝 말라버린 낙엽 위에는 지루할 틈 없이 리듬이 있다.
가을이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
익숙한 풍경이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따뜻한 미소, 오랜 시선으로 머물게 한다.
길동무들과 세상 제일 아름다운 웃음꽃을 피우고,
생각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을 숲길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고,
마스크로 얼굴은 가렸지만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에 돌고래 소리가 들린다.
일상의 무뎌진 감각은 늦가을 정취를 가득 머금은
한라산 둘레길에서 힐링하고 간다.
가을이 와 있다.
불타는 단풍이 없어도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 '은빛 억새'
샛노란색보다 아직은 연둣빛 색감이 고운 '은행나무'
일찍 떠나버리는 화려한 봄보다 천천히 가도 좋은 편안한 가을이 참 좋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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