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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길따라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

by 고니62 2023. 2. 17.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2023.2.14. 화)

 

풍부한 물의 마을 동명리는 

한림읍에 속한 21개 행정리 가운데 하나로 

북쪽으로는 한림리, 동쪽으로는 금악리와 옹포리 등이 인접해 있다.

수류천촌(水流川村)의 유래와 명월성지가 있는 한림읍의 유서 깊은 마을로 

과거 명월리에 속해 있다가 1861년(철종 2) 분리되어 동명리가 되었다.

동명리가 분리되기 이전에 옛 명월은 

웃명월, 동명월, 서명월 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웃명월은 상명리, 동명월은 동명리, 서명월은 명월리로 바뀌었다.

현재 동명리는 진근동, 남문동, 한천동, 문수동 등 4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동명리는 한림읍 지역의 상수원이 위치하고 있을 만큼 

깨끗한 식수를 품고 있는 마을로 예전에 수류천촌이라 불릴 만큼 샘이 풍부하고 

마을 면적 70% 이상이 경작지인 중산간의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제주밭담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림항 인근에 위치하여 풍부한 해산물과 귤 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동명리 콩창고]

다정한 이야기가 있는 곳, 제주에는 마을마다 

제주의 자연과 벗 삼아 함께 걷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도록 

제주만의 독특한 밭담길(구좌읍, 성산읍, 애월읍, 한림읍)이 8군데 조성되어 있다.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 사업(연계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 산업화사업으로 

제주밭담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고 지역홍보와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물이 깨끗한 마을 동명리 콩창고에서 시작된 수류촌 밭담길은 

3.3km로 약 50분 정도 소요되고 

하천을 따라 비양도를 바라보며 걷는 내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머들'은 제주어로 '돌무더기'라는 뜻으로 

제주밭담 캐릭터 머들이네 가족이 밭담길을 안내한다.

 

[밭담 캐릭터 머들이네]
[문두물]

문두물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로 

진근동 주민들이 주로 식수로 사용하던 물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물이 좋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여름철이면 빨래와 목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하천]

인적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 안길 

폭은 좁지만 길게 이어지는 하천 따라 우렁차고 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 

'수류천 밭담길'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이 풍부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4.3 피해사찰 '황룡사']
[용천수 '조물']
[천불사]
[한림정수장]

동명리는 중산간 마을이지만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 

옛날에는 수류천촌(水流川村)이라 불렀던 곳이다.

오래전부터 동명답이라는 논을 조성했고, 한림읍 지역의 생명수인 상수원을 품고 있는 

현재까지도 수류촌의 위상을 누리고 있다.

 

[멀구슬나무]
[한수풀 역사순례길 안내하는 '질토래비']

수류촌 밭담길은 한수풀 역사순례길과 일정 부분 같이 걷게 된다.

한수풀은 한림의 옛 이름으로 

한림공고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개발한 한수풀 역사순례길은 

한림읍 지역의 잊혀가는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한림읍 명월포구(현 옹포리 포구)에서 시작해 마대기 빌레와 명월진성, 명월대, 

만벵디 4·3 유적지 등을 잇는 10km 코스로 이뤄졌다.

 

[양배추]
[적채]

구불구불 구멍 숭숭 밭담 사이로 보이는 월동 채소 

여름 내내 흘린 땀방울의 결실, 

혼자 부지런히 수확을 하는 농부의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제주밭담은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제주선인들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진 농업유산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아내며 마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고 

농지의 경계표지 기능도 지니고 있다.

제주밭담은 농업인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농업유산이다.

 

[명월성지(제주도 기념물 229호로 지정)]

진성은 왜구 침입을 방어할 목적으로 축조된 역사유적이다.

명월성지는 중종 5년(1510) 비양도 인근에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명월포에 목성(木城)으로 축조되었다.

그 후 선조 25년(1592)에 목성을 석성으로 개축한 것이 오늘날의 명월성지이다.

진성 내에 역대 만호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명월 교차로]
[마삭줄]
[동명정류장]

정이 흐르는 마을카페 '동명정류장'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등 

마을주민들의 소통공간과 판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중산간마을의 전형적인 제주밭담길을 마주하게 된다.

 

[정주석]
[정주석]

이곳 수류촌 밭담길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은  

밭 출입구마다 정낭은 없지만 정주석(돌기둥)이 놓여 있는 풍경이다.

인적 없는 고즈넉한 밭담길...

밭주인이 금방이라도 "어디서 왔냐며" 걸어 나올 것 같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군데군데 머들(돌무더기)이 쌓여있는 밭들도 보이고 

수확이 끝난 넓은 밭담 안에 산담이 있는 걸 보니 

울담에서 태어나 밭담에서 일을 하다 산담으로 돌아가는 제주인들의 삶, 

지혜와 부지런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밭담 안에 산담]
[물이 고여있는 밭]

비양도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언덕 

지대가 높은데도 물이 고여있는 밭이 꽤 보인다.

물이 많이 솟는 큰 샘이 있어 붙여진 마을 한천동(옛 이름은 '한세미')을 지나 

도로를 벗어나니 머들은 하천을 낀 밭담길 바다방향으로 길을 안내한다.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하천]

제주의 대부분 하천이 건천이듯 이곳 하천도 물이 말라있다.

바닥에는 이름 모를 새 생명들이 아직은 차지만 봄바람에 고개를 내밀고, 

겹겹이 이어지는 밭담과 다양한 밭작물들, 

그림처럼 펼쳐지는 물 위에 떠있는 비양도가 눈에 들어온다.

 

[멀구슬나무]
[제주수선화]
[양배추]
[교량]
[수확중인 브로콜리]
[개명물]

건천인 하천은 내려갈수록 물소리가 우렁차고 시원스레 들린다.

중산간 마을에서 보기 드문 용천수 '개명물' 

수류촌 밭담길의 시작은 문두물,

밭담길의 끝에는 개명물이 풍부한 물의 마을임을 기억하게 한다.

 

[정주석]

 대문 대신 정주석이 있는 옛 모습 그대로인 돌담집 

주인이라며 들어가서 구경해도 된다는 투박스럽지만 정감어린 말투 

중산간마을의 넉넉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쉼터 '월대']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동명리 

오늘만큼은 느린 속도로 밭담길을 걸으며 오랜 시간 머물렀다.

 밭담길에서 누구라도 만날 수 있었던 제주인의 삶과 지혜,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습의 흑룡만리 제주밭담, 

농부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긴 밭담 안 겨울 채소, 

이곳만의 특색 있는 정주석과 밭담의 조화로움,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어주는 비양도를 바라보며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워진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